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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수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소장 인터뷰] “한국학 전공 개설은 모두의 숙원”

2022-03-14 (월)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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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문학 담당교수 임용은 큰 성과, 이홍영 교수 유가족 기부로 한국학연구자 선정

▶ 팬데믹 이전 사업규모로 회복...정상화 목표

[안진수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소장 인터뷰] “한국학 전공 개설은 모두의 숙원”

지난 8일 UC버클리 한국학센터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는 안진수 CKS 소장

“UC버클리 내에 한국학 전공 개설은 모두의 숙원입니다”

2020년 가을부터 UC버클리 한국학센터(CKS) 소장으로 일해온 안진수 교수(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는 “오랜 시간 우여곡절과 지난한 작업을 거쳐 지난해 가을 UC버클리 한국문학 담당교수로 케빈 마이클 스미스 교수가 임용된 것은 큰 성과였다”면서 “한국학 전공 개설의 전망을 밝게 하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겼다.

안 교수는 “이홍영, 클레어 유, 존 리, 로라 넬슨 전임 CKS 소장 때의 CKS 역량과 사업규모를 회복하고 팬데믹 이전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CKS는 교내 학자 및 대학원생의 연구 지원과 학술·문화 행사 개최를 비롯해 한국 및 한인커뮤니티의 요청에 따른 행사도 함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팬데믹 기간중이라 CKS 행사규모가 축소되고 비대면 웨비나로 진행됐다”면서 “지난 2월 24일 열린 ‘권영민 &브루스 풀턴 교수의 북토크’ 행사가 팬데믹 이후 CKS의 첫 대면행사였다”고 전했다.

지난 3월 3일·4일 이틀간 CKS가 비대면·대면 행사로 개최한 ‘케이팝 컨퍼런스’도 한국학, 영화학, 미디어학, 인종학(ethnic studies), 공연연구, 문화연구, 커뮤니케이션학, 디지털인문학 학자들이 각기 다른 분석틀로 케이팝의 확장된 영역과 그것의 문화적 의미를 조망해본 새로운 차원의 학술대회였다고 평했다.

올해로 43주년을 맞은 CKS는 이전까지 일본학센터에 속해오다 1979년에 독립했다. 존 C. 제이미슨과 조지 드보스 교수가 초대소장을 맡아 1990년까지 CKS를 이끌어오다가 이홍영 교수(정치학과)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 교수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소장을 맡다가 1996년 잠시 루이스 랭캐스터 교수에게 자리를 넘겨준 뒤 다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재임하며 한국학센터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안 교수는 “작년 3월 이홍영 교수(2017년 작고) 유가족이 CKS에 도네이션한 것을 계기로 이홍영 교수 어워드상이 마련됐다”면서 “지난 2년간 미 전역 대학서 발간된 한국학 관련 연구서적 저술자를 대상으로 수상자(상금 1만달러 수여)를 선정해 올해 가을학기에 시상식 겸 강연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UC버클리 영화&미디어학과를 졸업하고 UCLA에서 영화이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안 교수는 이후 6년간 홍익대 영상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2년 UC버클리대학에 부임했다. 2008년 UC버클리대 교환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엔 예산삭감으로 한국어 강좌가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학생들과 함께 모금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한국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미국내 한국학 연구자들이 많아진다면 견고한 한미관계는 물론 한국의 국력과 미주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한국학 개설과 그 연계성을 위해 신규 연구인력의 채용과 확충, 한국학연구소를 위한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문학, 정치, 경제,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수없이 포진해 있는 미국대학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에 대한 심도있는 과목들을 수강해보고 졸업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은 큰 자산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안 교수는 “10년 전 UC버클리에서 처음 한국영화를 강의했을 때와 지금은 호응과 이해도가 다르다”면서 “UC버클리 한국학 전공 개설은 우리 모두의 비전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케이팝과 K-컬처 열풍에 힘입어 늘어난 한국문화 수용층으로 인해 한국어 수업 확장뿐 아니라 한국학 전공 개설 실현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기폭제되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한국역사와 그 기억을 담은 영화(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1987, 사도), 일제강점기 경험을 그려낸 영화(암살, 족보), 냉전과 분단현실을 담은 영화(꽃파는 처녀(북한영화), 디엔 보셰이 임(Deann Borshay Liem)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제1인칭 복수(First Person Plural)’, 무산일기) 등을 다루는 그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다.

‘50~60년대 한국영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안 교수는 “이 시기에 나온 김기영 감독의 ‘하녀’, 강대진 감독의 ‘마부’는 지금 봐도 잘 만든 영화”라며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모두 김기영 감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기영 감독 영화 연구로 책을 출간할 예정인 안 교수는 내년 봄학기엔 ‘우리들(유가은 감독)’, ‘벌새(김보라 감독)’ 등 한국독립영화를 주제로 강의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올 여름 ‘70년대 한국영화의 검열’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이봉범(성균관대), 조준형(한국영상자료원), 박유희(고려대) 교수를 초청했다”면서 “팬데믹 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CKS 장기 계획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KS 소장 임기는 5년이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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