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우자 종교 상관없어요’ 기독교인 간 결혼 감소

2022-03-01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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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 종교·무종교인 간 증가… 교회서 결혼식은 옛말

▶ 종교적인 색채 배제된‘세속적’결혼식 크게 늘어나

‘배우자 종교 상관없어요’ 기독교인 간 결혼 감소

기독교인 간의 결혼은 크게 감소한 반면 무종교인 간 결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사진제공]

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결혼식은 으레 교회에서 올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기독교인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기독교인 간의 결혼이 많았고 타 종교를 지닌 배우자와의 결혼은 꺼리는 추세였다. 그러나 기독교인 감소, 무교인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서‘교회에서 결혼’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미국 기업 연구소’(AEI)가 최근 발표한‘미국인 가정 생활 조사’(American National Family Life Survey)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비종교적 색채의 결혼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2년 이전만해도 81%에 해당하는 결혼이 같은 종교를 믿는 배우자 간 이뤄졌을 정도로 타 종교를 지닌 배우자와의 결혼은 꺼리는 문화였다. 특히 기독교인 간의 결혼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10년간 이 같은 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자 간 결혼은 52%로 크게 감소했고 무종교인 간의 결혼은 3%에서 16%로 5배나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결혼식 문화에서도 잘 나타났다. 40년 전의 경우 전체 미국인 결혼의 약 72%는 목사 등 종교 지도자가 주례를 맡아 진행하는 종교적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종교적 색채가 배제된 결혼식은 무려 49%로 전체 결혼식의 절반에 육박했다. 대니얼 콕스 AEI 디렉터는 “요즘 신혼부부를 살펴보면 종교적 결혼식을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라며 “대신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도가 반영된 결혼식을 많이 올리는 편”이라고 최근 결혼식 추세를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 장소로 교회가 가장 많은 인기였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고풍스러운 교회 건물에서 웨딩 촬영과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을 당연시했지만 이제 ‘교회에서 결혼’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 중 약 46%만 목사의 주례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약 36%는 종교적 색채가 완전히 배제된 ‘세속적’ 결혼식을 진행했다. 신혼부부 중 약 16%는 목사에게 주례를 부탁했지만 교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은 감소하고 기타 종교인이 증가하는 현상과 함께 타 종교를 믿는 배우자와의 결혼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10년간 같은 종교를 믿는 배우자 간 결혼은 전체 중 약 52%로 감소한 반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배우자 간 결혼은 약 17%를 차지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의 결혼도 15%로 늘었으며 종교가 없는 배우자끼리의 결혼도 16%나 됐다.

같은 종교를 믿는 배우자 간의 결혼은 몰몬교인과 기독교인 중 많았다. 모르몬교인 중 약 87%는 모르몬교인를 배우자로 맞이했고 복음주의 기독교인 중에서 같은 종교를 믿는 배우자와의 결혼 비율이 83%로 높았다. 이 밖에도 주류 개신교인(72%), 가톨릭 교인(65%), 유대교인(59%) 역시 같은 종교를 믿는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종교인, 무종교인 간의 결혼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이 같은 결혼은 이른바 ‘믿음이 적은’ 교인 사이에서 많이 이뤄졌다. 같은 종교를 지닌 배우자와 결혼한 미국인 중 매주 예배에 출석하는 비율은 44%로 높았지만 타 종교인과 결혼한 미국인 중 매주 예배 출석률은 16%로 낮았다. 또 두 배우자가 모두 무종교인인 경우 예배에 출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도 조사됐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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