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국의 대선 정국이 일부 대통령 후보자들의 무속(巫俗) 관련 의혹으로 논란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나라의 발전과 민심의 요구를 채워줄 정책과 한반도의 미래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갈 시대정신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할 시기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무속정치의 우려에 대하여 대다수 언론은 모른 체한다. 심지어 성경에 우상금지를 계명으로 하고, ‘점쟁이나 길흉을 말하는 자나 요술하는 자나 무당 등은 하느님께서 가증히 여기는 것이니 용납하지 말라’(신명18:10-12)는 말씀이 있음에도 보수 기독교계는 비판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타종교 존중에 가장 인색했던 보수 기독교계가 침묵하고 있다. 그나마 개신교 일부와 천주교의 진보 단체에서 비판과 우려를 담은 성명서를 내고 기도회를 가졌다.
정치인의 무속 혹은 역술 정치가 왜 문제가 되는가? 무속정치 비판이 대통령 후보의 종교 혹은 신앙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가 어떤 종교를 갖든, 무속을 믿든 이는 개인의 종교 자유에 해당한다. 한겨레의 역사에서 무속 혹은 무교(巫敎)는 선사시대 이래 뚜렷한 종교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민간신앙의 역할을 해왔으며 일정 부분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무속은 분명 힘없는 민중들의 마음의 상처와 종교적 심성을 풀어주는 순기능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속이 국가의 공적 영역에 개입한다면 위험하다. 국가의 정책 결정은 고도의 과학적 전문적 통찰을 요구한다. 이 때 합리성 보편성 타당성보다 한 개인의 신통력이나 직감에 의지하는 점이나 주술 혹은 고대의 세계관인 역학이나 명리학 혹은 비전(秘傳) 등에 근거한 무속인들이나 역학인들이 국가의 공적 영역에 개입하여, 대통령의 가치판단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무속인들의 예언과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미 약 80만 명의 역술인과 무속인이 있으며 점 운세 시장 규모가 약 3조원에 달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더욱 급격하게 무속과 역술의 사회가 될 것이다. 개인의 운세, 길흉화복, 현세구복, 운명론에 대한 관심이 집중 될 것이다. 생년월일과 생시를 60갑자로 풀어내는 이른바 사주팔자로 인생을 풀이하는 근거 없는 점술과 역술에서 벗어나야한다.
과학시대에 날이나 시간에 대한 고대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야한다. 날과 시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태양계와 은하계 안에서의 물리적 움직임이며, 하느님은 길일과 흉일을 따로 만들지 않으셨다. 악한 마음으로 맞이하면 모두가 흉일이요, 선한 마음으로 맞이하면 365일 매일이 길일이다. 인생을 외부의 힘으로 돌리는 운명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 인생 곳곳에 사고나 액운을 미리 만들어놓으실 심술궂고 잔인한 분이 아니다. 자신의 기질과 성격, 성품을 알고 잘 가꾸며 얼음 위를 걷듯 매사를 조심하고 성실하며, 긍정의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면 누구나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된다.
무속정치, 무속사회는 심히 우려스럽다. 점 역술 무속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사는 ‘대동세상’, ‘고루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따라야할 것은 그저 한 개인의 욕심과 요행을 채워줄 점괘나 술법이 아니라, 나와 우리 곧 만인의 행복과 만국의 평화를 추구하는 원대한 시대정신이요, 세상 모두를 끌어안는 영원한 진리를 담은 큰 뜻 곧 진리의 세상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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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