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국 식문화에서‘디저트’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쌀이 귀하디 귀한 시절, 떡과 한과는 궁중이나 반가에서 행사 때나 구경할 수 있던 음식이었다. 그렇게 행사용, 명절용 음식으로 간주돼 대중과 멀어져 가던 전통 다과가 카페 문화의 일상화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이크와 쿠키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 입맛에 잣 호두 팥 흑임자 유자 곶감 대추 같은 전통 식재료로 만든 한식 디저트가 더 신선하게 다가온 덕이다.
한식 디저트 공방 ‘널리케이크’를 운영하는 김주현 대표도 이 매력에 빠져 9년째 한식 디저트를 만들고 연구하고 있다.
그가 꼽는 한식 디저트의 장점은 “제철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맛”이다. 김 대표는 “한식 디저트는 대부분 우유나 버터 같은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설탕 대신 조청이나 꿀을 사용한다”며 “빵과 쿠키 같은 서양 디저트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아서 보다 건강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보관이 어려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 즉석에서 맛보면 어떨까. 김 대표에게 부탁해 설에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기 좋은 한식 디저트 레시피를 추천받았다.
김 대표가 고른 한식 디저트는 ‘개성주악’과 ‘곶감단지’다. ‘주악’은 고려 시대 개성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잔칫상을 장식하는 웃기떡(고물 없는 단조로운 떡 맨 위에 올려 장식하는 용도의 떡), 이바지떡으로 쓰이던 음식이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하고 촉촉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감은 겨울 추위에 얼었다가 햇빛에 다시 녹기를 반복하면서 쫀득하고 달콤한 건과일, 곶감이 된다. 곶감 하나만 먹어도 맛있는데, 그 속을 더 맛있는 재료로 꽉 채워 놓은 게 곶감단지다. 맛이 한층 더 풍성해지고 식감도 즐겁게 바뀐다. 이번 설은 ‘건강한 단맛’을 품은 이들 디저트를 곁들여 티타임을 즐겨 보자. 연휴 동안의 쉼이 더 여유롭고 달콤해질 것이다.
■개성주악
재료 : 찹쌀가루 125g, 중력분 32g, 막걸리 40g, 설탕 7g, 물 20~25g
① 볼에 찹쌀가루와 중력분을 넣고 잘 섞어 고운체에 한 번 내려준다.
② 실온의 막걸리에 설탕을 넣어 잘 녹인 후 ①에 붓고 섞은 뒤,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매끈하게 치대 반죽한다.
③ 반죽의 전체 무게를 잰 후 10등분으로 분할(약 20~22g씩)해 동글납작하게 빚고 가운데를 살짝 눌러준다.
④ 반죽 가운데에 젓가락으로 바닥까지 구멍을 내준다.
⑤ 기름 온도가 약 90도가 됐을 때 반죽을 넣고 반죽이 기름 위로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⑥ 반죽이 다 떠오르면 중간 불로 올려 약 150~160도에서 적당한 갈색이 나도록 튀겨낸다. 이때 색이 골고루 나도록 튀기는 동안 반죽을 계속해서 뒤집어준다.
⑦ 잘 튀겨낸 주악은 채반에 건져 잠시 기름을 빼고 따뜻할 때 식힌 즙청에 넣어 시럽이 골고루 묻을 수 있게 버무려준다.
⑧ 즙청에서 건져낸 주악은 체에 받쳐 여분의 시럽을 빼준다.
◇즙청 만드는 법
재료 : 조청 100g, 물 30g, 유자청 15g, 생강편 10g, 통계피 1조각, 소금 약간
①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약 20분간 향이 배어 나오게 끓인다.
② 완성된 시럽은 체에 걸러 식혀서 사용한다.
■곶감단지
재료 : 곶감 10개(개당 약 40g), 건대추 200g(씨 빼고 약 168g), 피칸 156g, 유자청 143g, 꿀 100g~, 계핏가루 2g
① 건대추는 깨끗이 씻은 후 수분을 닦아 다시 말리고, 돌려깎기로 씨를 분리해 채를 썰어둔다. 유자청도 가늘게 채를 썰어 준비한다.
② 곶감은 손으로 꼭지만 살짝 떼어 내고 곶감이 찢어지지 않도록 구멍으로 씨를 조심히 빼낸다.
③ 피칸은 절반을 자르고 다시 5등분하여 작게 썰어준다.
④ 채 썬 대추에 유자청을 먼저 넣고 살짝 섞어준다.
⑤ 잘라놓은 피칸, 꿀, 계핏가루를 순서대로 넣고 골고루 버무린다.
⑥ 곶감 안에 만들어둔 소를 넣는다. 곶감의 모양을 살리되 껍질이 터지지 않게 조심하며 소를 꾹꾹 눌러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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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