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풀러튼 시 ‘힐 크레스트 공원’입구에 역사적인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가 들어섰다.
이 참전 기념비 건립은 30년 숙원 사업이었던 새 OC 한인회관 완공에 맞먹을 정도로 한인 사회에서는 의미있는 프로젝트이었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국전 참전 미군 희생에 대한 ‘보은의 마음’에서 나온 한인들의 정성이 뜻을 이루었다.
이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은 고 김진오 씨(전 OC 한인회장)가 낸 20만여 달러의 종잣돈을 시작으로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의 자발적인 기부에서 출발해 작년부터 모금에 불이 붙어 무려 500여 명이 미 전역과 한국에서 참여했다. 한국 정부에서 기부한 23만 7,000달러는 큰 힘이 됐다.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회장 노명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총 수입은 135만 7,824.32달러이고 이중에서 지출은 95만 5,747.92달러로 무려 40만 2,076.40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모금운동이 전개된 당시에 이같이 많은 돈이 남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지난 몇십년동안 각종 기금모금 행사가 있었지만 40만여 달러의 돈이 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아무리 큰 기금 모금 행사라고 해도 5-10만 달러 남기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이다. 새 한인회관 건립을 위해서 각종 기금모금을 했을 당시에도 이 정도의 돈은 남지 않았다.
게다가 이 기금모금은 OC 한인 커뮤니티로 보아서는 비교적 큰 돈인 무려 135만여 달러라는 펀드레이징 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잡음이 아직까지 없다. 그동안 일부 한인 커뮤니티 기금모금 행사 또는 프로젝트가 지출 과다, 횡령 의혹 등이 불거 졌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모범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좋은 결과를 거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위원들의 ‘신념’과 ‘노력’을 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 기금 모금을 시작할 때부터 위원들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 용도 이외에는 돈을 일체 사용하기 않기로 하는 등 지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한다.
이번 펀드레이징이 미주 한인사회에서 다른 단체들도 본 받을 정도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 자세를 위원들이 가졌다. 자체적으로 미팅을 할때 드는 커피값, 식사비 등도 개인이 지불해왔다고 한다.
이와 아울러 이 위원회 인사들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올드 타이머’이자 봉사자일뿐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해 어떻게 하면 펀드레이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할 수 있는 ‘얼굴’들도 있다. 또 유명 한인 정치인도 포함되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미주뿐만아니라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위원들은 이 기금모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동안 커뮤니티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을 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40여 만달러의 흑자를 남긴 것으로 이 위원회의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 이 기금을 향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참전비 건립이라는 큰 일을 놓고 앞만 달려왔지만 이제는 미주 한인들과 한국에서 보낸 남은 기금을 성공적으로 잘 사용해야 한다.
일부 한인들은 이 기념비는 계속해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기념비는 풀러튼 시가 아니라 위원회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인들은 이 기념비가 명소가 되어서 오렌지카운티를 방문하는 한인이면 누구나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동상 등 다른 조형물이 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의 기념비 장소에 한국 전쟁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맥아더 장군’과 ‘백선엽 장군’의 동상을 세우는 것이 어떠냐는 견해를 한 한인 인사는 조심스럽게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한인은 조형물을 세우려면 이번에 남은 돈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등 또 기금모금을 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이 40만 여달러 흑자 사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 위원회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 여러차례 미팅을 통해서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하겠지만 한인 사회의 의견 수렴도 중요하다.
이 참전 기념비 건립을 위한 기금모금이 중요했던 것 만큼 흑자가 난 40여 만달러를 향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향후 이 돈을 잘 사용해서 한인 커뮤니티에 기금모금의 ‘모범 답안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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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