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두해가 다돼간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와 청소가 많이 이루어졌다. 바쁘게 사는 동안 집안곳곳에 두서없이 쌓인 물건이 얼마나 많던지 부엌, 옷장, 책장, 욕실, 냉장고, 서랍들에서 오래 묵은 것, 있는지도 몰랐던 것, 엉뚱한 데 들어가 있던 것들을 찾아내 버리기도 하고 한군데 모아 정리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아무리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도 집안구석에 달라지는 게 별로 없는 것이다. 여전히 옷장은 걸 데가 없이 빽빽하고, 부엌 조리대와 수납장은 가전제품과 그릇과 조리기구들로 층층이 꽉차있다. 아직도 신발장은 넘쳐나고, 가방들은 주렁주렁….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정리의 지혜를 알려주는 책 한권을 읽게 되었으니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 곤도 마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강박적으로 정리에 몰두하다가 자신만의 가장 효과적인 노하우를 찾아내 유명한 정리컨설턴트가 되었다. 그녀가 쓴 책들은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열풍을 일으켰고, 넷플릭스가 제작한 리얼리티쇼 시리즈(Tidying Up with Marie Kondo)는 2019년 넌픽션 부문 1위, 에미상 2개 부문에 후보지명 됐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오른 곤도 마리에는 이 책에서 “단 한번, 단기간에, 완벽하게 정리하면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정리법을 64개 챕터를 통해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그녀에 의하면 정리의 시작은 수납이 아니라 버리기다. 먼저 철저히 버리지 않으면 다시 어질러진 상태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 따라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과 ‘남긴 물건의 제 위치를 정하는 일’이다. 정리를 끝낸 후 사용한 물건을 언제나 제자리에 두면 다시는 어지럽히지 않게 된다는 원리다.
가장 큰 도전은 ‘철저하게 버리기’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소별(욕실, 부엌, 거실, 침실 등)이 아니라 물건별(옷, 책, 신발, 장신구 등)로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리를 잘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의 양을 잘 모르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같은 종류의 물건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건별로 한곳에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옷이라면 집안에 있는 자신의 옷을 모두 빠짐없이 꺼내 한 곳에 쌓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가 얼마나 많은 옷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되고, 또 한 자리에 있으면 비교가 쉽고 버리기도 쉬워진다. 저자의 고객들은 대부분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옷을 보고 충격에 빠졌으며, 한사람이 소지한 상의 수가 평균 160벌 전후였다고 한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 곤도 마리에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을 하나하나 직접 만져보고 물건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아닌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설레지 않는데도 언젠가 쓰지 않을까 해서, 또는 비싸게 샀기 때문에 아까워서 못 버리는 미련함까지 버려야한다. 아까우니 집에서 입겠다는 생각도 버린다. 외출복은 대개 불편해서 실내복으로는 결국 입지도 않으면서 다시 쌓아두게 되기 때문이다.
책도 책장에서 모두 꺼내서 바닥에 놓고 고른다. 힘들고 무겁고 비효율적이지만 책장에 꽂힌 상태로는 그 책이 설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꺼내서 바람이 통하게 하고, 잠자고 있는 책을 깨우며 하나씩 만져본다.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금물, 아직 읽지 못한 책, 언젠가 읽으려는 책은 과감히 버린다. 경험상 그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기 때문이다.
버리는 일에도 순서가 있다.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추억의 물건 중에서도 사진은 양이 많고 남길지 버릴지 선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맨 마지막 단계에서 정리한다. 열정적으로 정리하던 중 갑자기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에 젖어들면 정리고 뭐고 다 그만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버리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팁은 가족에게 보이거나 말하지 말고 몰래 버리는 것이다. 멀쩡한 물건들 버리는 걸 보면 십중팔구 달려들어 말리거나 자기가 가져갈 확률이 높은데, 가족 역시 그 물건을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집안의 다른 곳에 쌓인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쓰레기봉투 수십~수백개에 담아 버렸어도 후회한 고객은 한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정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감도 높아졌다며 감사한다고 말한다. 물건을 줄이면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 책장에 남긴 서적들을 보고 자신의 관심분야를 새삼 깨닫게 되어 커리어를 바꾼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정리는 물건과 공간 뿐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말하자면 ‘자신에 대한 재고조사’이며 ‘과거를 처리’하는 일이다. 바로 그 때문에 완벽한 정리 후에는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그리고 인생까지 달라진다고 하는 것이다.
많은 가정들이 집안밖에 쌓여만 가는 물건들로 골머리를 앓는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살림을 정리하고 싶다면, 깔끔한 공간에서 쾌적한 생활을 꿈꾼다면 곤도 마리에식 정리법에 도전해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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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