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2021-12-24 (금)
제이슨 최 수필가
지난 두해동안 우리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이 지치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덕을 본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또 언제 상황이 끝날 것이라는 기약도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의 미래는 결국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야마오 산세이라는 일본 시인은 그의 시에서 <왜 너는/ 지금도 외롭고 슬프냐고/ 산이 묻고 있다/ 그 까닭을 나는 모른다/ 당신이 나보다도 더 외롭고 슬프고/ 훨씬 풍요롭게 거기에 계시기 때문에/ 나는 그 까닭을 모른다> 라고 했다.
삶이란 얼마나 성공했는가의 여부에 따라 행복의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뼛속까지 절망해 본적이 있는지,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 본적이 있는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동자 속에서 같은 아픔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옛날 어느 산골에 가난한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열 식구가 먹고 살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산길을 오르내리며 부지런히 나무를 해다가 장날 내다팔아야 겨우 목숨을 부지할 만큼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지친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오고 있는데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바위에 걸터앉은 노인이 불러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보게 나무꾼 양반! 그렇게 힘들게 나무를 해다 팔아봐야 죽을 때까지 같은 고생을 되풀이하지 않겠나? 딱해서 내가 도움을 주고 싶네. 지금 나무 했던 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구리가 나올 걸세, 구리를 캐다 팔면 나무보다 열배는 수입이 나을 테니 그렇게 해보게나” 나무꾼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노인이 가리켜준 곳을 찾아갔더니 정말 구리가 있었다. 그는 구리를 캐다가 팔아서 형편이 살만해졌다. 얼마 후 다시 그 노인을 만났다. “이보게 나무꾼 양반, 형편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구먼. 이왕 가르쳐준 김에 하나 더 가르쳐 주겠네. 구리를 캐고 있는 곳에서 계곡으로 조금만 더 가면 금이 나오는 곳이 있다네.” 나무꾼은 노인이 가르쳐준 곳으로 갔더니 정말 금이 있었다. 구리를 그만두고 금을 캐다 팔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마을에서 가장 큰집을 가지고 하인을 둔 부자가 되었다.
어느 날 또 그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엔 나무꾼이 궁금하여 노인에게 물었다. “덕분에 저는 금을 캐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습니다만 구리나 금이 있는 곳을 알고 계셨던 노인께서는 왜 직접 캐서 부자가 되지 않고 저에게 가르쳐 주셨는지요?” “자네는 그 금으로 큰 부자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처음 나무꾼 시절 가난했을 때보다 더 많이 행복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무꾼 시절이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엔 몸이 조금 고달팠지만 별다른 걱정이 없었는데, 부자가 된 지금은 온갖 걱정거리로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노인께서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시는지요?” 노인이 말했다.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네. 욕심을 버리고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유유자적 사는 것이 유한한 인간의 삶, 내 행복의 비결이라네.”
이제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행, 불행이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과일의 맛은 과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미각과의 만남에 있듯, 꽃잎이 모여 꽃이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고, 미소가 모여 웃음이 되고, 기쁨이 모여 행복이 된다. 우리 모두 가진 게 많아 행복한 사람이기보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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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