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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마이클 모갠 사망, 베이 주민들 애도

2021-11-05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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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랜드 심포니 30여년간 지휘, 10월19일 추모 음악회 열려

지휘자 마이클 모갠 사망, 베이 주민들 애도

오클랜드 심포니의 모습

지휘자 마이클 모갠 사망, 베이 주민들 애도

오클랜드 심포니의 지휘자 마이클 모갠 <오클랜드 심포니>


오클랜드 심포니의 지휘자 마이클 모갠의 사망으로 베이지역 음악계가 큰 슬픔에 빠져 있다. 지휘자 모갠은 지난 8월20일 신장 이식 수술 후 합병증으로 63세의 나이로 타계, SF크로니클지 등이 ‘모갠의 빈자리는 크다’며 추모 특집을 실은 바 있고, 각종 매스컴도 지난 30여년간 오클랜드 심포니를 지휘해 온 모갠의 생애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오클랜드 심포니도 지난 10월19일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기념 음악회를 열고 모갠을 추모했으며, 이자리에서 에사 펠카 살로넨 (SF심포니 지휘자) 등 모갠을 사랑하는 250여명의 음악가들이 모여 성대한 추모 음악회를 열었다.

모갠의 사망은 단순히 한 지휘자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넘어 오클랜드 시가 안고 있는 각종 인종문제, 범죄율 증가, 샌프란시스코의 그늘에 가려 날로 쇄락해 가는 오클랜드 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그 상실감은 더 큰 아픔으로 주민들의 가슴에 다가오고 있다. 불과 40여년 전만 해도 오클랜드 시는 샌프란시스코에 종속된 소도시가 아니라 버클리, 콘트라코스타 카운티, 알라메다 카운티 등을 거느린 중심 도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심포니의 경우도 1933년에 정식으로 발족, SF심포니와 함께 베이지역을 대표하는 미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하나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화한 날씨를 배경으로, 버클리 대학, 라피엣, 오린다 등 부촌을 거느린 오클랜드는 교향곡과 발레 등 샌프란시스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준을 과시하고 있었다.

오클랜드 심포니의 몰락은 1978년, 새 지휘자로 임명된 칼빈 시몬과 더불어 시작됐다. 칼빈 시몬은 당시 28세의 흑인 지휘자로서 런던과 뉴욕 필하모니 등에서 단장을 역임했던 해롤드 로렌스에 의해 영입됐다. 키 6피트 1인치, 커티스를 졸업한 건장하고 활기 넘치는 음악도 칼빈 시몬은 LA 필하모니 등에서 부지휘자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았고 영업 수완의 귀재 해롤드 로렌스의 눈에 들어 오클랜드 심포니에 오자마자 탁월한 지휘 능력을 발휘하며 이스트베이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증가와 함께 미 메이저 교향악단의 최연소 지휘자이자 흑인 지휘자로서 주목 받던 칼빈 시몬. 그러나 그의 수명이 길지 못했다. 시몬은 한창 전성기였던 1982년 뉴저지의 한 호수에서 요트를 타다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휩싸여 익사된 채로 발견되었다. 칼빈 시몬의 갑작스런 죽음은 오클랜드 심포니의 해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칼빈의 죽음으로 쇼크를 받은 단장 해롤드는 퇴임했고 결국 1986년 오클랜드 심포니는 미 메이저 오케스트라로서는 최초로 뱅크럽을 선언하며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오클랜드 심포니는 그후 파트 타임 오케스트라로 재건, 1990년부터 현 지휘자인 마이클 모갠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오클랜드 심포니는 파트 타임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소규모 악단으로서 연주회 회수도 연간 십 수회에 그치고 있다. 모갠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오클랜드 심포니를 30여년간이나 꿋꿋히 지켜오며 베이지역 주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아왔다.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모갠은 12세 때 부터 지휘를 시작하며 일찍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오베른 컨서바토리 재학 중 탱글 우드 섬머 축제에 참가해 세이지 오자와, 군터 쉴러 등과 클래스를 함께 했으며, 레너드 번스타인도 만나 지휘법을 배웠다. 1982년 비인 스테이트 오페라에서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탈출’로 오페라 지휘에 데뷔했으며, 1986년에는 게오르규 솔티에 의해 시카고 심포니의 부지휘자로 임명되면서 지휘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해 번스타인의 초청으로 뉴욕 필하모니를 지휘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모갠은 이후 미 메이저 오케스트라는 물론 뉴욕 시티 오페라, 세인트 루이스 오페라,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등을 지휘하면서 오페라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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