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자연인의 해바라기 및 별누리기
2021-11-04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11월입니다. 한국달력은 사흘 뒤인 글피가 입동절임을 알려줍니다. 벌써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과 위도가 비슷한 이곳 샌프란시스코베이지역의 겨울철은 생각보다 추위가 덜하여 눈보다는 비가 내리는 계절인데, 지난주에 이어 금주에도 비소식이 있었지만, 저 멀리 높은 시에라 산위에는 눈이 많이 쌓여서 스키장을 여니 때보다 일찍 열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늦가을 또는 초겨울 축제로서 이달에 추수감사절이 있고, 내달에 성탄절을 지내면 새해를 맞게 되는데, 이제 마냥 해가 저물고 있으니, 한해 살림을 갈무리 할 때입니다. 그동안 대부분 밖으로 나가서 벌렸던 여러 가지 일 들을 차분히 마무리하고 조용히 안으로 거두어 들여, 다음해를 위해 준비하려는 정리정돈이 필요한 줄 압니다.
고성선원은 시내와 멀리 떨어진 산위에 있어서, 일반의 전기 공급이 미치지 않고 있으므로, 부득이 태양열판과 축전지를 통해 독자적으로 소규모 전력을 생산하여 쓰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낮이 길어 일조시간이 충분하므로 전기 사용에 큰 문제가 없이 지냈지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많아 충전시간과 축전량이 부족하여, 저녁에는 전력사용을 자제하여야만 합니다. 물론, 태양열전력이 부족해지면 석유발전기로 부족한 분량을 보충하면 되겠지만, 고성선원은 자발적 청빈을 추구하면서 관련시설을 확충하기보다 내핍생활로 견디어나가는 실정입니다. 그리하여, 낮에는 조금 넉넉한 전력으로 취사와 통신에 불편이 없지만, 해가 지고 난 밤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을 쓰기보다, 달이나 별들의 빛을 즐기며 자연의 운행에 탑승하는 편입니다. 즉,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해를 지향하고 의지하는 ‘해바라기’로,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달이나 별을 즐기는 ‘별누리기’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봅니다. 이를테면, 옛날 농부나 어부처럼, 낮에는 들이나 물에 나가 부지런히 일하고 밤에는 조용히 쉬거나 자는 일과를 되새기며, 나날의 살림살이를 가꾸어 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냉난방을 수시로 가능케 할 수 있는 에어컨디션 시스템 시설과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일하거나 머무는 사람은 예외이겠지만, 보통 일반인들은 폭염으로 무더위가 심한 여름이면 해를 꺼리고 피하면서 시원한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고, 혹한으로 추위가 사무칠 때는 햇빛을 쫒으며 태양을 그리면서 따뜻한 봄이 오기를 바램은 고래의 인지상정. 그렇게 철따라 시절의 장단점을 좋아하고 싫어함은 저절로 나는 느낌이라 어쩔 수 없지만, 돌이켜보면, 해와 바람 등 자연이 의연하게 생명을 단련하고 성숙으로 이끌어주는 고마움을 다만 감사하고 누리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줄 압니다. 때에 따라 할 일은 하면서, 여름에는 더위 속에 수영 등 물놀이를, 겨울에는 추위 따라 스키 등 눈놀이를 즐기듯, 머무는 곳과 때에 맞추어서 주어진 상황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에 책임지는 인물이 되어야 마땅하리니. 항상 부정적인 사고와 불평대신 긍정적인 생각과 모험정신으로 신념과 용기를 갖고 살아가는 건전한 분에게는 모든 시련도 기꺼이 보람스럽게 겪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폭염과 혹한, 가뭄과 홍수, 역병과 기근 등 자연의 부조화와 극성으로 생명공동체가 고통을 받게 되듯이, 인간 사상의 극좌의 진보와 극우의 보수 등 세상의 정치와 경제계에서도 자기중심적으로 난폭하게 질주하는 군상들을 보며, 균형과 조화의 미덕을 생각합니다. 극도로 치우침을 경계하며 중도를 가르친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며, 자연과 인간의 무상함과 인연법의 엄중함을 절감합니다. 누리의 모두가 각각의 본분에 맞추어 순리와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나아가, 온 누리에 평화와 정의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얼과 뜻이 있는 분들이여, 자연적 진리와 도덕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해바라기와 별누리기의 보람 즐기시기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