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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첫 우승이냐, 만치니(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불패 매직이냐

2021-07-09 (금)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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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영국 웸블리서 결승전

▶ 잉글랜드 55년만에 메이저 결승행…4골 넣은 케인, 득점왕 등극 노려
이탈리아는 A매치 ‘33연속 무패’ 인시녜 등 5명 2골씩…공격력 폭발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난 4일(이하 한국 시간) 2020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 8강 우크라이나전에서 4 대 0으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토요일 밤에 영국민들에게 행복을 전하게 돼 기쁩니다. 맥주잔을 기울여도 좋아요. 승리를 즐깁시다.”

이번에는 맥주 한 잔 정도로는 턱도 없었다. 지난 1966년 자국 월드컵 우승 이후 55년 만에 메이저 대회(월드컵·유로)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독립 선언’을 검토 중이라 바이러스에 억눌렸던 사회적 욕구가 축구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졌다.

응원 인파가 가득하던 8일 런던 시내는 경기 뒤 거대한 파티장으로 변신했다. 사람들은 국기를 펼쳐 들거나 홍염을 피우면서 노래를 불렀다. 건물 2층의 난간, 2층 버스의 지붕·신호등·가로등 등 올라갈 수 있는 곳이면 기어이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불꽃놀이를 즐겼다.


‘축구 종가’이지만 유로 대회 결승에 가본 적 없던 잉글랜드는 이날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치른 유로 2020 4강에서 덴마크에 2 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968년과 1996년의 4강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데 이어 내친김에 첫 우승까지 노린다.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이탈리아와 오는 12일 오전 4시 웸블리에서 정상을 다툰다. 이번 대회는 11개국 11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됐지만 4강과 결승은 잉글랜드 홈인 웸블리에서 열린다.

잉글랜드는 전반 30분 만에 미켈 담스고르에게 프리킥 골을 얻어맞은 뒤 9분 만에 균형을 맞췄다. 부카요 사카의 낮은 크로스가 라힘 스털링에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덴마크 수비수 시몬 키예르를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승부는 연장에 가서야 갈렸다. 연장 전반 막판에 스털링이 얻은 페널티킥을 해리 케인이 결승 골로 마무리했다. 첫 슈팅이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의 선방에 막혔으나 재차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1990년 월드컵 4강 주역인 잉글랜드 축구 전설 게리 리네커는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끝났다. 살아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싶던 장면을 오늘 마주했다”며 감격해했다.

덴마크는 핵심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조별 리그 첫 경기 중 심정지로 낙마하는 충격을 겪은 뒤 더 단합해 4강 위업을 달성했지만 유로 1992 우승 신화에는 미치지 못했다. 연장 페널티킥이 무리한 판정이었다는 평가가 많아 더 아쉬움이 컸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결승 만남은 1960년 유로 대회 창설 이후 처음이다. 세 차례 결승 경험이 있는 이탈리아는 1968년 이후 53년 만이자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잉글랜드의 선봉에는 케인이 있다. 유로 예선 득점 1위(12골)를 차지한 케인은 본선 조별 리그 3경기에서는 침묵했지만 16강부터 3경기에서 4골을 몰아쳤다. 이날로 잉글랜드 역대 메이저 최다 골 타이 기록(10골·리네커)도 썼다. 이번 대회 득점 공동 2위(4골)의 케인은 공동 1위 파트리크 시크(체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이상 5골)와 1골 차라 득점왕도 가시권이다.

이탈리아는 2골씩을 넣은 선수가 무려 5명(페데리코 키에사·로렌초 인시녜·치로 임모빌레·마누엘 로카텔리·마테오 페시나)일 정도로 다양한 득점 루트를 자랑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실패의 굴욕을 딛고 2018년 10월부터 A매치 33경기 무패 행진 중이다. 맨체스터 시티 등을 이끌었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월드컵 탈락 이후 부임해 팀 체질을 바꿔놓았다. 이탈리아는 유로 1968 우승팀이지만 당시는 네 팀만 출전한 미니 대회였다. 만치니의 아주리 군단은 잉글랜드 축구 성지인 웸블리에서 ‘진정한’ 유로 제패를 노래하려 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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