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다운타운 폭염에 갈매기까지 떼죽음

2021-06-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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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궈진 건물지붕 둥지서 새끼 50여마리 도로로 다이빙

시애틀 기온이 108도까지 치솟은 28일 오후 다운타운 남쪽의 한 콘크리트 공장건물 지붕 위 둥지에서 열기를 견디지 못한 제비갈매기 새끼 수십마리가 도로 위로 떨어져 죽거나 다친 진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정부 어류야생부(WDFW)는 아스팔트가 녹을 정도로 뜨거운 도로 위로 다이빙한 50여 마리의 어린 새들을 동물구조협회(PAWS)에 보내 그 중 약 20 마리를 응급 치료한 후 29일 시애틀 조류보호협회(SAS)에 위탁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아직 치료 중이거나 부상이 심한 몇 마리는 안락사 시켰다고 WDFW는 덧붙였다.


PAWS 수의사 닉키 로젠하겐은 “평생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면서 “날씨가 전례 없이 뜨거웠기 때문에 이처럼 전례 없는 사건도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떨어진 새들이 모두 새끼여서 날지 못한다며 발가락 화상치료를 해준 후 소염제와 영양분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SAS 과학자 커스티 무울은 제비갈매기 떼가 겪는 비극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이미 동물과 인간에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지적하고 이는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지만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교훈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워싱턴주 조류보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같은 폭염은 둥지 안에 있는 성장기의 새들에게 특히 위험하다며 킹 카운티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108 종류의 새들이 멸종의 위험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이 기후변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WDFW 생태학자 크리스 앤더슨은 시애틀 지역의 제비갈매기들이 퓨짓 사운드의 섬들을 옮겨 다닌다며 사건현장의 공장 지붕 위에 아직 1,000여 마리의 제비갈매기가 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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