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모 정계 인사가 미국에서 발행된 한 신문사의 삽화 기사와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명예훼손 법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명예훼손(Defamation)은 크게 ‘글’(writing)과 ‘말’(speech)로 나눠져 있다.
글로 인한 명예훼손은 ‘libel’이라고 하고 말로 인한 명예훼손은 ’slander’라고 한다.
법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명예를 ▲고의적이거나 분별없이, 또는 적절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서면이나 구두로 제 3자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되며 ▲전달된 내용이 피해자에게 조롱, 경멸, 증오, 또는 불명예를 입혔다는 점을 입증해야 된다.
따라서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될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나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될 수 있다.
미국에서 명예훼손 케이스가 어려운 이유는 명예가 훼손됨에 따라 고소인(plaintiff)이 입은 실질적인 금전적 피해를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금전적 피해를 증명하지 않아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승소할 수 있다.
실질적인 금전적 피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명예훼손(defamation per se)으로는 거짓으로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 ▲심각한 전염병을 앓고 있다는 내용 ▲피해자의 직업이나 사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내용 ▲사기를 저질렀다는 내용 ▲성적(sexual misconduct) 내용 등이 있다.
명예훼손 법에 있어 피해자가 일반인이냐, 아니면 공인(public figure)이냐도 차이가 있다. 피해자가 공인일 경우, 명예훼손의 행위가 악의적 의도(actual malice)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되기 때문에 승소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을 때 피고소인이 할 수 있는 방어(defense)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어는 ‘사실’(truth)이다. 그 아무리 내용이 혐오스럽다 해도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면 명예훼손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만약 가해자가 한 말이나 쓴 글이 ‘사실’(fact)로 구별할 수 없는 개인의 ‘의견’(opinion)이라면 명예훼손 성립이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한 음식점 평론가가 유명 식당의 음식에 대해 “맛이 없었다”라는 글을 썼다. 이 식당측은 “평론가의 글로 인해 매상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맛이 없다’라는 것은 사실로 판명할 수 없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므로 식당 측은 승소하기 어렵다.
만약 평론가가 “음식에 벌레가 있었다”라고 썼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벌레가 있고 없고는 사실 여부가 구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벌레가 없었다는 사실을 식당측이 입증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명예훼손에서 제외되는 또 다른 예외 사항으로는 ▲재판을 비롯한 법정 절차에서 나온 말 ▲연방 및 주 의회 의사당에서 의원들이 하는 말 ▲부부끼리 한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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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