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 시작인데 벌써 너무 뜨겁다. 이곳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이 뜨겁다. 이상기온라고들 많이 하는데, 이상기온 아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간 지는 한참 됐다. 기후가 변한 것이다. 그동안 에어컨 없이 살다, 처음 법당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해 좋지만, 가슴 저 어딘가가 찌르르 하다. 이미 더운 세상, 더 덥게 하는데 일조하는 게 찔린다. 전날 내내 달궈진 법당 열기만 대충 식히고 바로 끈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것이든 하나를 얻으면 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치러야할 것이 줄줄이 딸려온다. 현재의 기후 변화나 코비드나 다 우리가 무언가 너무 가진 데서 비롯된 것이다.
출처를 모르는 '백구두' 얘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백구두를 너무 갖고 싶었다. 그래서 백구두를 돈 모아 하나 마련했다. 아다시피 백구두가 쉽게 어울릴 만한 옷이 있는가. 결국 흰 양복을 맞췄다. 흰 양복에 어울리는 모자도 사고, 차도 흰차로, 담벼락도...하다가 결국 집까지 하얗게 고쳐야 했다는. 이 '백구두' 얘기는 누군가 상황에 맞지 않는 그 무언가에 욕심 낼 때, 빌려다 쓰곤 한다. '그러다 백구두 짝 날라' 이렇게. 시작은 그저 사소한 것이었으나, 그 무심코, 가 결국 일파만파 된다는. 혹자는 집까지 하얗게 됐으니 좋다, 엉뚱한 쪽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백구두 하나는 결코 하나일 수 없다는, 욕심은 하나에서 끝나지 않음을,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낳음을...
우스개로만 여길 수 없는, '12연기'의 '수연생' 과 통하는 얘기다. 수, 무언갈 받아들임으로 해서, '생노병사우비고뇌'가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다. 하나를 가지면 끝날 거 같아서, 하나만 더, 하면서, 우린 죽을때까지 삶에 속으며 산다.
예를 들어, 동향 후배는 컴퓨터 특기로 고졸 후 바로 아이티 회사에 들어갔다. 대우도 좋고 일도 좋았지만, 늘 옆 동료들 다 간 대학이 원이었다. 결국 잘나가던 회살 관두고 대학을 갔다. 대학 타령이던 그 후배는 고졸 때보다 더 불행해졌다. 고졸 땐 그저 대학 하나가 원이었지만, 대학 후엔 명문대가 원이 됐다. 전보다 대우 못한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명문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살다, 그 컴플렉스를 지금은 그 자식을 명문 가라고 들볶는데 쓰며 산다. 대학 하나의 발생,으로 그 자식에게까지 '노사우비고뇌'의 인연이 주어진 것이다. 이 '12연기'의 연속성이 단지 인간의 물질적 생노병사에만 해당된다고 오인하기 쉽지만, 아니다. 마음 또한, 이다. 무엇인가를 좋아서 갖게 되면, 그 소중 한 게, 변하고, 노, 훼손되고, 병, 사라지고 ,사, 그래서 걱정, 슬픔, 고통, 괴로움...등등등이 발생한다. 하나의 발생, 그 하나, 한 마음 생함으로 해서, 줄줄이 그 인과가 감자덩이 처럼 딸려온다.
'수연생, 수연사,'다. 이것을 머리로라도 알게 되면, 사소한 것 하나도, 그것을 가짐으로 해서 발생할, 여러 상황을 먼저 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노병사우비고뇌'를 많이 겪지 않고 살게 될 확률이 높고, 세상에도 이롭다. 많은 걸 갖고 싶어 힘들게 살지만, 부의 세상에서 사는 건, 가난할 때 부자 하나 꿈꾸던 것과 전혀 다르다. 좋은 차를 가졌어도, 더 비싼 차와 견주게 되지, 차 없는 이와 견주게 되지 않는다.
욕심 세상은 그렇게 굴러간다. 많이 가진 만큼 치러야할 것도 많다. '노사우비고뇌'를 더 많이, 치러야 한다. 핵심은 무엇을 갖지 말라,가 아니다. '더 많은 빛은 더 많은 그늘'에 대한 가르침이다. 백구두를 안가져도 삶은 행복하다. 가져도 물론 행복하다. 대신 무엇을 치르고, 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고요냐, 시끄러움이냐, 평안이냐, 고통이냐,의 문제이다. 선택이다. 그 선택이 당신 것이고, 그 결과 '생노병사우비고뇌' 또한 당신 것이라는 걸 알자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이가 욕심 내 받아들여 놓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그늘들을, 당연히 치러야 할 것들을 치르기 싫어한다면, 이 세상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모르고, 때마다, 괴로움을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아도 된다. 허나, 알면 삶이 가벼운데, 굳이 모르고 살 이유가 있는가. 결론은, 세상만사, 병이든, 죽음이든, 그게 뭐든, 당신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세상 그 무엇도, 당신을 괴롭히거나 움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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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 스님/SAC 영화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