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 우리의 정체성 문제
2021-05-13 (목)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미국에 사는 많은 우리 한인 젊은이들이 자신이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혼란스러워한다. 1.5세는 말할 것도 없고 2세들조차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요즘, 미국에 사는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Korean American이다. 한인으로 이 땅에 살아가는 미국인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이 땅에서 태어났거나 상관없이 이곳에 정착해 산다면 모두가 Korean American이다. 미국은 백인이 주류를 이루는 다민족 이민의 국가이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도 안 되는 텃세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어깨를 쭉 펴고 살아야 한다. 그나마 요즘은 한류 덕에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도 많다. 잠시 팬데믹으로 인해 지각없는 사람들이 아시안에게 엉뚱한 짓을 하는 것뿐이다.
본국이 잘 살면 미국에서도 대접받는 현상이 있다. 내가 80년도 초 미국에 왔을 때 일본인들이 어깨를 쭉 펴고 사는 것을 보았다. 한창 일본 붐이 일어 일본인들은 White라는 말이 학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었다. 그때 인종문제는 단순히 얼굴색 문제가 아니라고 크게 깨달은 적이 있다. 미국은 많은 인종이 섞여 사는 큰 나라이고 주류에 속하는 백인들에 비하면 우리 한인의 숫자는 Minority 중의 Minority에 불과하다. 어쩔 수 없이 어이없는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당당한 자존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영어를 잘 못하거나 문화와 관습이 다르거나 하는 걸로 주눅 들지 말았으면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실제로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큰 딸은 결혼하여 시카고에 살고 있다. 자기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단연히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가보니 자신을 그냥 한국인 취급을 해서 놀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 정치에 대해서.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어보며 너희 나라 문제를 하나도 모르느냐고 다그치는 사람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럴 때는 조금 답답하더라도 나는 이 땅에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일 뿐이고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른다. 당신도 몇 대 걸쳐 올라가면 독일계나 아일랜드계 등일 텐데 지금 독일이나 아일랜드 상황을 잘 모르는 것처럼 나도 한국을 잘 모른다. 이렇게 설명하면 조금 알아듣지 않을까?”
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 자신감과 떳떳함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자신감과 당당함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어깨에 힘을 준다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이 땅에서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는 이 땅에서 이등 시민이나 곁가지가 아니다. 이 땅의 주인이다. 주인은 자신의 소유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진다. 백인들이 수백 년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한 것은 그들의 책임감과 애국심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우리 2세, 3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 땅을 책임지며 애국심과 헌신으로 봉사할 때 이 땅은 우리의 땅으로 인식될 것이다. 나는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이렇게 도전한다.
“여러분 이 미국을 위해 기도합시다. 130년 전에 우리 조선 땅에 미국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했습니다. 많은 교회, 교육기관. 의료기관, 고아원, 양로원이 세워졌고 그들의 희생적 헌신으로 인해 우리 조국의 근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리가 이민자로 이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 와보니 오히려 복음은 이곳에서 쇠퇴하고 도덕적으로 황폐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130년 전에 진 빚을 미국이 다시 일어나 영적 권위를 회복하고 강성한 나라가 되기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갚읍시다. 기도하는 자가 이 땅을 책임지는 자입니다. 우리가 이 땅을 위해 진정으로 기도하면 우리의 2세 3세는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기도보다 더 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