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봄 길(Spring Hiking Trails)

2021-05-12 (수) 서기영 (목사)
크게 작게
한국에선 매년 봄이 되면 아차산 벚꽃길을 자주 산책하곤 했다. 그곳은 철없던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찾기 시작해 봄이면 중간고사 시험 공부하다 말고 꽃구경을 가던 길이었다. 이 봄 꽃길은 나에게 많은 위로와 행복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연애, 결혼, 임신과 육아에 이르기까지 내 인생 희로애락의 많은 추억을 만들고 담은 곳이기도 하였다.

미국에서 너무 축복 받은 날씨를 지닌 이스트 베이 지역에 살면서도 늘 봄이 되면 한국에서 걷던 추억의 아차산 벚꽃길이 생각났다. 특히 올해는 집 안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더 그 싱그러움이 넘치는 봄 길이 그리워졌다. 대자연의 선물을 가진 지역에 살면서 마냥 과거를 그리워하며 이 봄을 흘러 보낼 수만은 없는 법, 그래서 우리 부부는 짬을 내어 주변의 지역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봄 길을 걷기 시작해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 교제의 만남이 줄면서 컴퓨터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빠져만 가는 마음과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지역 공원 등산로를 걷고 있었다. 어떤 곳은 몇 년 전 왔을 때는 등산을 하기 무서울 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찾는 봄 벚꽃길처럼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 봄 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번은 등산로를 잘 못 찾아 가파른 산길을 걷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예쁜 들꽃, 산 밑이 보이는 멋진 풍경, 푸른 하늘 그리고 따뜻한 햇살 아래서 줄지어 걸어가는 농장의 소들을 볼 수 있는 봄 길이었다.

오늘도 봄 길은 노란색, 분홍색, 파란색, 흰색, 보라색, 연두색, 초록색 등등 각양각색의 들꽃들 그리고 새싹들과 함께 길을 걷는 이들을 맞이해 주고 있다. 그렇다 봄 길은 이름 모르는 들꽃과 들풀, 하늘을 나는 새들과 분주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을 만나는 만남의 장소이다. 또한 봄 길은 걷는 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삶 순간 순간의 행복을 깨닫는 깨달음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봄 길을 걸으며 생각해본다. 나의 인생길도 누군가에게 이런 봄 길처럼 새싹과 들꽃을 만남으로 회복되는 만남의 장소가 되어 주고, 누군가 함께 걸으며 나눔으로 행복을 깨닫는 그런 깨달음의 길이 되면 좋겠다.

<서기영 (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