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지혜와 자비심의 불을 밝혀봅시다
2021-05-06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오월입니다. 한국달력으로는 어제가 ‘입하절(立夏節)’이자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위도가 한국과 비슷한 이곳 북가주 베이지역에서도 여름이 시작되는 시절임을 느낍니다. 패시피카 등 바닷가 및 오클랜드 등 만과 리버모아 등 내륙 지역이 자연환경 여건에 따라 날씨와 기온의 적지않은 차이를 보이지만 (화씨 10도정도씩), 아무튼 긴 겨울에 이어진 짧은 봄은 벌써 지나가고 길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합니다. 이곳 절기의 특성으로 단순히 말한다면, 비가 오는 우기(11월부터 4월)가 끝나고 비가 오지 않는 건기(5월부터 10월)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근래에 관련당국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우기에 예년의 평균강수량에 절반도 못 미치도록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서, 가뭄현상이 심해지고 산불이 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 상황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공동체의 건강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물도 아껴서 쓰고 불도 조심해 나가야 할 줄 압니다. 한국에서는 어린이날(5/5)과 어버이날(5/8) 및 스승의날(5/15)을 기념하며 관련 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그 뜻을 기리며,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자손들은 어버이들을, 학생들은 스승님들을, 각각 그 귀한 인연과 은혜들을 되새기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마움에 보답하며 인연의 소중함에 합당한 도리를 형편대로 다해야 하겠습니다.
금년 한국식 “부처님오신날(음 사월초파일)”은 이달 19일인데, 한국에서는 당일을 법정공휴일로서 국가적으로 경축하고 기리겠지만, 이 지역에서는 불자들이 대부분 직전 일요일인 16일에 관련행사를 열줄 압니다. 작년에 이어서 금년에도 코비드 팬데믹 방역상황을 고려하여, 연등회 등의 대규모 행사는 자제하며 조촐하고 절제된 봉축법회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산승이 머무는 고성선원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줌을 통하여 온라인으로 그 분의 오심을 기리려 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형편에 따라, 인류를 깨우치고 자유와 행복으로 이끄신 석존의 지혜와 자비를 되새기며, 그분의 가르침대로 살아서, 마침내 그분처럼, 우리 모두 진리를 깨닫고 절대자유와 영원한 행복을 누리려는 발심을 하고, 정진하리라 발원을 하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는 계기를 갖기를 권해 마지않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면서 통상 사찰이나 가정에서 이날에 욕불(浴佛)과 연등(燃燈) 즉, 아기부처상을 목욕시키고, 여러가지 등불을 밝히는 공양행사를 해옵니다. 그러나 그 의식의 취지는, 우리들의 번뇌와 업장을 씻어내고, 어리석음을 밝히는 청정 지혜를 이루겠다는 성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설사 그 의례행사에 몸소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마음에 지혜와 자비의 불을 밝히려는 의지가 있다면, 멋진 동참이 될 줄 압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전날은 ‘5.18민주화운동기념일’입니다. 당시 열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추모하며 명복을 빌고, 그 정신을 이어나가야 할 줄 압니다. 요즈음 미얀마에서는 광주의 5.18 실정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군부의 폭정이 조속히 종식되고, 민주 평화체제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오신날 이틀 뒤에는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른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로서, 한반도 종전선언 및 평화우호조약이 체결되도록 준비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통 수행자들은 여름세달을 하안거결제라 하여 특별정진기간으로 정하고, 참선 등 수행과 학문에 집중합니다. 누구나 틈을 내어 나름대로 명상을 하며, 자기성찰과 영성고양을 위한 기회를 가지면 좋을 줄 압니다. 지혜와 자비심의 등불을 밝혀 보시기를 제청하며, 보람 누리시기를 거듭 축원 드립니다. 나무본사석가모니불!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