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성애 수용 문제 놓고 극도의 분란 겪는 UMC(미국 연합감리 교단)

2021-05-0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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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과 다른 입장 한인교회 3곳 목사 해임 통보

▶ 내년에 보수 ‘글로벌 감리 교단’ 분립 여부 결정

동성애 수용 문제 놓고 극도의 분란 겪는 UMC(미국 연합감리 교단)

밸리 연합감리교회, 샌디에고 연합감리교회와 함께 최근 연회로부터 일방적인 목사 재파송 불가 통보를 받은 남가주 주님의 교회. [준 최 객원기자]

미국 연합감리 교단(UMC) 소속 남가주 한인 교회 3곳이 지난달 교단 내 상위 기구인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회로부터 일방적인 목사 재파송 불가 통보를 받아 논란이다. (본보 4일자 A3면 보도) 통보는 해당 교회 3곳의 목회 방향이 연회의 진보적인 성향과 맞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UMC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단 내 보수 성향의 교회와 진보 성향의 교회가 날선 대립을 펼치고 있는데 대립의 불똥이 결국 한인 연합감리 교계까지 튀게 된 것이다.

UMC 대립의 핵심은 교단의 동성애 수용 여부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파 교회들은 교단에서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는 진보파와의 수년간에 걸친 갈등 끝에 최근 UMC에서의 분립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교단 내 보수파 교회 지지 단체인 ‘웨슬리안 언약 협회’(WCA)는 지난 3월 1일 보수 성향 지도자 17명이 주축이 된 ‘글로벌 감리 교단’(GMC)을 출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GMC 측은 내년 8월 29일~9월 6일 열릴 예정인 교단 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때까지 공식적인 활동은 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현재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 분립과 관련, 내년 총회에 상정된 또 다른 주요 안건 중 하나는 기금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다. 만약 총회에서 GMC 분립이 승인될 경우 이른바 ‘전통주의’로 자칭되는 GMC 교단에 약 2,500만 달러의 기금도 할당된다.


GMC가 총회의 승인을 얻어 공식 출범하게 되면 UMC 소속 교회의 도미노 이탈 현상도 예상된다. 초대형 연합감리교회 ‘부활 교회’(Church of Resurrection)의 아담 해밀턴 담임 목사는 적게는 약 3,400개 교회가, 많게는 약 6,800개에 달하는 교회가 보수적 입장의 GMC에 참여하기 위해 기존 UMC를 탈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는 별도로 약 300~1,000개의 교회는 당장 GMC 참여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단 UMC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할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한인 연합감리교회들은 교단의 동성애 수용 문제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내년 정기 총회에서 동성애 수용 찬성이 결정될 경우 UMC 대거 탈퇴 움직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인 연합감리 교단’(KUMC) 내 평신도 전국연합회(회장 안성주 장로)는 동성애 목사 안수, 교회 내 동성 결혼식 등 UMC의 주요 쟁점 사항을 한인 교회들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평신도 전국연합회 측은 “자체 설문 조사에서 한인 교인의 약 90%가 동성애 수용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동성애 반대 원칙을 고수한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단이 동성애 수용을 찬성하더라도 잔류 입장을 밝힌 한인 소속 교회도 있어 교단 내 한인 교회 간 갈등도 우려된다. 교단에 남겠다는 이른바 ‘분리 후 한인 연합감리교회’(PSKUMC: Post Separation KUMC)는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교단에 남아 보수적인 신앙 활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의 교회들이 주축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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