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미섬 유명식당 종업원 99명에 60만달러 보상

2021-04-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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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로스 인’전 종업원혹사, 임금착취, 성추행 등 집단소송

라미섬 유명식당 종업원 99명에 60만달러 보상
워싱턴주 향토식당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벨링햄 인근 라미 아일랜드의 ‘윌로스 인’ 식당업주가 종업원 혹사, 임금착취, 성차별/성추행, 인종혐오 욕설 등 상습적 비행으로 전직 종업원 99명에게 고발당한 뒤 지난달 이들에게 60만달러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지역 인디언원주민 부족 이름을 딴 라미 섬은 상주인구가 1,000명에도 못 미치며 벨링햄 연안에서 소형 페리로만 왕래할 수 있다.

이곳에 한 세기 전(1912년)에 문을 연 윌로스 인 식당은 오염되지 않은 섬에서 재배한 신토불이 채소와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 요리로 전국의 최고급 식당 반열에 올랐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이 여관에서 하룻밤 묵으려면 최소한 500달러를 내야 한다.


윌로스의 명성은 뉴욕의 유명 ‘노마 레스토랑’ 셰프인 블레인 웨첼(35)이 2010년 식당을 인수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특히, 그가 2016년 요리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의 서북미 최고 셰프 상을 받은 후 전국에서 함께 일하며 배우고 싶다는 셰프들이 쇄도했다.

하지만 윌로스의 이미지는 그동안 이 식당을 거쳐 간 주방 종업원들의 ‘양심선언’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들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식당 전용의 1에이커 ‘로가니타 농장‘에서 재배했다는 채소는 벨링행 수퍼마켓에서 구입한 것이고, 앞바다에서 잡았다는 ’싱싱한 문어’는 스페인에서 수입된 냉동제품이며 ’자연산 사슴고기‘도 아이다호 목장에서 사육된 것이고, 알래스카 산 냉동홍합을 워싱턴주 홍합처럼 잘게 썰어 사용했고, 인기메뉴인 닭튀김도 재료를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구입했다고 폭로했다.

한 전직 주방 종업원은 9평방마일에 불과한 라미 섬의 소산물만을 재료로 사용해 매주 6일 저녁 40여명의 손님에게 25가지의 다른 요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요리뿐이 아니다. 전직 종업원 35명은 웨첼로부터 툭하면 인종적, 성적 욕설을 들었고 손님들 면전에서 핀잔을 듣고 사표를 낸 종업원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 종업원들은 남성 동료들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기 일쑤였으며 ‘라미 섬의 16세는 성인’이라는 농담이 성행할 정도로 남성 종업원들이 소녀 종업원들에게 술과 마약을 먹이며 성추행을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이들 종업원의 고발을 접수한 연방 노동부는 윌로스 식당을 조사한 끝에 이 식당이 종업원들에게 14시간 일을 시키고 임금으로 50달러를 지급했으며 주방 인턴들을 무임금으로 취업시킨 사실 등을 밝혀내고 14만9,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식당 측은 이어 집단소송이 제기되자 과오를 시인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고 99명에게 60만달러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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