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2021-04-1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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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37) 청도 소싸움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1,519파운드(689kg) 체중의 4살 먹은 한우 황소 태진(홍)이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싸움 도중 1,539파운드(698kg) 체중의 7살 먹은 한우 황소 사이다(청)의 옆구리치기 공습을 피하고 있다. 황소는 그들의 의지에 따라서 싸움을 시작할 때 모래판 싸움을 ‘회피’하기도 하지만, 날렵한 젊은 싸움소들은 모래를 힘차게 차며 격돌하기도 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7살 먹은 한우 황소 사이다(청)이 4살 먹은 한우 황소 태진(홍)을 뿔치기로 습격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태진(왼쪽)과 사이다(오른쪽)가 눈을 부릅뜨고 싸움을 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태진(홍)이 싸움 도중 사이다(청)로부터 도망가고 있다. 소싸움에서 머리를 돌려 도망가면 패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2,205파운드(992kg)의 10살 먹은 대근(청)과 2,105 파운드(955kg)의 10살 먹은 용암(홍)이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싸움을 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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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홍)이 대근(청)을 쫒아가서 뒤치기 공격을 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6살 먹은 2,235파운드(1,014kg)의 광세(오른쪽)와 6살 먹은 2,171파운드(985kg)의 조국이(왼쪽)가 머리치기 싸움을 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광세(홍)와 조국이(청)가 뿔치기 싸움을 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체중 1,757파운드(797kg)의 7살 먹은 왕건(왼쪽)이 뿔로 1,728파운드(784kg)의 6살 먹은 진도(오른쪽)을 공격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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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먹은 체중 1,755파운드(796kg)의 싸움소 전설이 싸움에서 승리한 후 껑충껑충 뛰면서 흥분을 표현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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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도군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 소싸움 판정 심판들이 도착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진행 심판이 소싸움 시작을 알리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청도 소싸움에서 패배한 황소가 집으로 돌아가는 트럭에 실리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청도 소싸움은 소의 해 2021년 신축년(辛丑年) 양력 3월20일부터 매주말 개최하는데, 1만 명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개폐식 돔형 경기장에 두 자리 건너 한 좌석씩 관객들이 착석하며, 팬데믹 기간에도 관객들이 100원에서 10만원까지 걸고 홍색소와 청색소 승리를 맞추는 베팅(sports betting)을 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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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소싸움 경기장 관중석에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관객들이 소싸움 결과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소싸움을 관람하고 있는 관중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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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23개의 국립공원 중 1872년 첫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 (Yellowstone National Park)에서 북미의 들소 바이슨(Bison) 수소들이 머리를 부닥치며 기싸움을 하고 있다.
[Photo ⓒ 2019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서 들소 바이슨(Bison)이 시속 30마일 속도로 비호같이 달리고 있다.
[Photo ⓒ 2019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들소 바이슨이 눈 밑에 있는 풀을 뜯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바이슨의 뿔을 노고지리뿔이라고 부른다.
[Photo ⓒ 2019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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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지리뿔을 한 들소 바이슨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길을 막고 있다.
[Photo ⓒ 2019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뿔이 있고 상체가 다소 과장된 소가 인류에서 가장 오랜 기록 중 하나인 선사시대 가축과 동물의 기록이 있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 바위벽에 새겨져 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황소들의 씨름판… 민속놀이에서 21세기 한국식 ‘투우’로

우리 문화의 십이지신에서 땅을 지키는 동물 중에는 우리와 깊고 긴 역사를 함께해 온 소 (축 丑)를 빼놓을 수 없다. 인류에서 가장 오랜 기록 중 하나인 선사시대 가축과 동물의 기록이 있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 바위벽에도 개, 돼지, 호랑이, 고래 등과 함께, 뿔이 있고 상체가 다소 과장된 소가 새겨져 있다.

인류 문화 중에 농경문화가 일찍이 정착된 우리 땅에서 기계로 농사를 짓기 전에 머슴 여러 명 몫의 일을 해내던 필수 일꾼이었던 한우(韓牛)는 전통적으로 농가에서는 같이 사는 식구로서 소죽을 매일 끓여 먹이며 키우던 특별한 가족이었다.

농가에서 수레를 끌거나 논과 밭의 흙을 뒤엎는 쟁기질을 할 때 등 농사짓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소는 전통적으로 동네에서는 비교적 부유한 농가들이 길렀고, 대부분 소를 관리하고 부리는 머슴이 있어야만 키울 수 있었다. 지능이 영리한 한우는 농사일이 끝나면 자기 집을 알아서 찾아오고, 여름에는 푸른 풀을 먹지만 겨울에는 마른 벼 낱알을 떼어내고 남은 볏짚을 먹으며 겨울을 지내던 인내심 많고 충직한 가축이자 일꾼이었다.


농가에서는 보통 생후 6개월쯤에 송아지 콧구멍 사이를 뚫어서 끼운 소 코뚜레가 있었기에 아무리 큰 소도 주인이 제압하고 다루는 고삐가 있어 몸무게가 1,500파운드(700kg)에서 2,700파운드(1,240kg)나 나가는, 전라도에서는 뿌사리라고 부르는 황소(수소)가 지나가도 동네 사람들이 전혀 신변의 안전을 우려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친숙하고 온순한 동물인 한우 황소도 같은 수소끼리는 머리를 맞대고 기싸움을 하는 본능이 있는데, 필자가 미국 423개의 국립공원 중 1872년 첫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서 지난 2019년 야생동물을 취재할 때 본 북미의 들소 바이슨(Bison) 수소들도 수시로 머리를 부닥치며 기싸움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바이슨 들소는 유럽에서 온 정착자들이 버팔로(Buffalo)라고 틀리게 명칭했는데, 버팔로와 바이슨은 다른 과의 동물로 정의가 내려지면서 공식적으로 American Bison(학명 Bison bison)이라고 부른다. 버팔로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 있는 두 종류의 물소를 말한다.

우리 문화에서 오랜 기간 무기로 써온 각궁(전통활)을 제작할 때, 물소의 뿔을 그 재료로 써왔는데, 주변국가에서 전략적인 이유로 물소 뿔을 우리 민족에게 수출을 어렵게 했을 때, 여러 번 물소를 한반도에서 사육하려는 노력을 역사적으로 시도했지만 기후적응 실패로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식구 같던 일소를 요즘에는 농가에서 일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고, 24개월에서 30개월 키워서 맛있는 한우고기용으로 도축하는 가축으로 변했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2살 넘게 살고 있는 한우 황소를 싸움소로 훈련시켜 전통 투우(소싸움) 에 출전시키는 문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정착되고 있다.

서양에서 투우라 하면, 소가 죽거나, 투우에서 소와 싸우는 사람이 다치거나 죽기도 하는데, 우리의 소싸움은 황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기싸움을 하는 본능에 입각한 투우이고, 미국 로데오(Rodeo) 판과 달리 소싸움을 진행하는 조교사들을 공격하는 일도 없는 비교적 안전한 스포츠 환경의 황소들의 씨름판이다.

청도 소싸움이 열리는 경상도에는 예로부터 덩치 큰 황소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청도군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본 황소들은 싸움의 규칙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황소는 그들의 의지에 따라서 싸움을 시작할 때 모래판 싸움을 ‘회피’하기도 하지만, 날렵한 젊은 싸움소들은 모래를 힘차게 차며 격돌하기도 한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기획총무 김용섭 팀장에 의하면 만약을 대비해서 소싸움 중에는 수의사가 근무한다고 한다.


싸움판에 도착하면서 괴성을 부르짖기도 하고, 앞발로 모래바닥을 뒤로 차면서 기세를 잡으려는 황소가 청도 소싸움에서 승리할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원형경기장에서 모래를 박차며 뒷다리를 모아서 헛발질 하고, 격한 속도로 뛰기도 하는데, 이같은 상황이 필자가 목격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들소 바이슨이 시속 30마일 속도로 비호같이 뛰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전국에서 기량 검증을 통과해서 등록된 1,020두의 황소들 중에서 연간 초대받는 싸움 출전황소는 224두가 있는데, 싸움소로 등록되는 순간부터 사료비 지원 등 싸움소 육성 지원을 받으며, 투우에 출전하는 소들은 체중에 따라 갑, 을, 병, 체급으로 나누어 싸움소 주인에게 출전수당이 주어진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거의 운영을 하지 못했던 청도 소싸움은 2021년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 양력 3월20일부터 매 주말 개최하는데, 1만 명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개폐식 돔형 경기장에 두 자리 건너 한 좌석씩 관객을 착석시켜 펜데믹 기간에도 개장을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을 포함해서 남녀노소 관객이 100원에서 10만원까지 걸고 홍색소와 청색소 승리를 맞추는 베팅(sports betting)을 하는데, 미성년자 플러스 1,200여 명의 성인 관객들이 흥미진진한 12게임을 참관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 라스베가스를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산업이 온라인 사업(online commerce)에 엄청난 기술적인 혁신(technical innovation)을 가져왔는데, 대한민국의 민속전통 소싸움이 세계적인 스포츠 베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밝은 미래가 보인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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