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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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힘차게 살아가길 다짐해보세

2021-04-01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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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이 차츰 원숙해지는 사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음력이 덧 부쳐져 있는 한국달력에는 오늘이 양력으로 사월초하루지만, 음력으로는 이월스무날임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달을 중심으로 절기를 따지는 음력으로 지난 주말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열반절(이월보름)이었고, 이번 주말은 예수님 부활절(춘분이후 보름 뒤의 첫 번째 일요일) 전야가 됩니다. 대열반(大涅槃) 또는 반열반(槃涅槃 Pari-nirvana)은 완전한 절대적 적멸(寂滅)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는 석존이 인도 붓다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서른다섯 살에 대각을 성취하셔서 마음에는 모든 번뇌와 괴로움이 사라졌지만 아직 몸은 남아있는 상태에서, 육신마저 벗어버려 정신적 형이상과 물질적 형이하의 모든 차원에서 완전한 대자유와 해탈을 누리시는 계기를 가리키며,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에서 여든 살 인생을 마무리하시고, 보통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육신의 무상함을 넘어서 진리 법신(法身)의 영원불멸함을 보이신 날로서, 중국과 한국 등 북방불교 전통에서는 이날로 기억하며 추모해오고 있습니다. (미얀마와 태국 등 남방불교전통에서는 사월보름으로 기려옴) 아무튼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불기(佛紀)로는 2564년 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편 부활절은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에서 탈출하여 홍해를 넘어 가나안으로 들어감을 기억하는 유월절 (踰越節 Passover) 다음날로서, 예수님이 예루살렘 골고다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뒤에 되살아나신 날로 기려지는 그리스도인들의 최대명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대표적인 인류의 스승으로서 석존과 예수님 두 분의 삶과 가르침 모두 우리들에게 인생살이를 새삼 되돌아보고 각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줄 압니다.

석존은 입멸에 앞서 제자들에게, “진리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라 (法燈明自燈明)”하시고, 올바로 살기 위해서는 당신이 정해주신 행동윤리로서 계율을 스승삼아 지키며 따르라 (以戒爲師)고 부촉하셨음을 압니다. 그분은 누군가를 후계자로 지명하거나, 신처럼 당신에 의지하지 않고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식의 절대자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셨고, 남에게 의지함이 없이 다만 각자 진리와 도덕에 따라 “게으르지 말고 성실히 정진하라 (不放逸)”는 당부만 전해옵니다. 그러므로 어지러운 세상을 당해서도 말세라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면 그분이 늘 우리 곁에 계심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고, 모든 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인생은 육신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과 하느님의 뜻을 그 때 상황에서 실현해 보이셨으며, 그분의 가르침대로 의롭게 살아야 영적으로 천국에 갈 수 있고 나아가, 이웃 사랑의 하늘나라를 이 땅위에 이루라는 뜻을 되새김이 부활의 의미라고 나름 짐작합니다. 요즈음 세상에서 일반인들에게 상식으로는 통하기 어려운 부처님이나 예수님에 대한 수많은 신비로운 전설들이 전해져오고 있는데, 이들을 단순히 도외시하거나 불신하기 보다는, 그 상징적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통찰하고 그분들이 보여주신 삶과 가르침을 배우고 본받아 살아감이 그분들을 따르는 후예들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옛적부터 이즈음에 각자 또는 영적 공동체에서 밤에 불을 밝히고, 인간의 무지와 사악을 깨치며 진리와 자유 및 평화 정신을 널리 일으켜 펼치려는 뜻을 세우는데, 독자 여러분들도 그 귀한 뜻을 공감하고 나름대로 형편에 따라 동참하며 즐기시면 어떨까요? 자연적으로 생명이 활기차게 솟아나는 이 좋은 시절에, 코비드 팬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하시며, 열반과 부활의 자유와 평화 정신으로 사회 문화적으로도 멋진 영성적 살림살이를 꾸리시면서, 기쁨과 보람 누리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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