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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여제’인가…박인비, 시즌 첫 출전 KIA클래식 정복

2021-03-30 (화)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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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비, KIA클래식 14언더파, 5타차 와이어투와이어 정상

▶ 연속 보기 흔들리다 16번홀 이글, 10m 퍼트 성공하며 승부 쐐기
대회 세차례 준우승 뒤 첫 키스 “포피스 본드에 뛰어들고 싶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욕심 드러내

괜히 ‘여제’인가…박인비, 시즌 첫 출전 KIA클래식 정복

박인비가 28일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리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우승을 했다. [로이터]

‘골프 여제’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박인비(33ㆍKB금융그룹)가 2021 시즌 처음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인 KIA 클래식에서 나흘 연속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초반 좀처럼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서도 첫 우승이다. 그의 시선은 이제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을 향한다.

박인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리아라 골프클럽(파72ㆍ6,609야드)에서 열린 KIA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렉시 톰슨(26·미국)과 에이미 올슨(29ㆍ미국)에 5타를 앞선 압도적인 성적이다. LPGA 통산 21승째를 올린 그는 박세리(44ㆍ은퇴)가 가지고 있는 국내 선수의 LPGA 최다승 기록(25승)에 한 발 다가섰다.

시즌 첫 출전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의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력이었다. 특히 16번 홀(파4) 이글이 압권이었다. 이날은 7, 9, 10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타수를 더 벌린 뒤 12, 1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흔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285야드로 파4 홀 치고는 짧게 세팅 된 16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약 1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2월 호주여자오픈 이후 1년 1개월만의 우승으로, KIA 클래식이 창설된 2010년부터 2016년과 2019년까지 세 차례나 준우승만 거뒀던 박인비는 ‘준우승 징크스’까지 털어냈다. 박인비는 경기 후 “KIA 클래식은 지난 10년 동안 좋은 성적이 있었음에도 우승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항상 트로피가 멋있다고 생각만 하고 손을 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우승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한 데 대해선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가진 채 플레이했고, 중간에 다소 흔들린 홀들도 있었다”면서도 “16번홀 이글에 성공하면서 우승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샴페인 냄새가 많이 나 ‘포피스 폰드’에 바로 뛰어들고 싶다”고 했다. 포피스 폰드는 다음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가 뛰어드는 연못으로, 다음 대회에서의 우승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도쿄올림픽 출전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에는 6월 말 세계 랭킹 기준으로 한 나라에서 상위 2명씩 출전할 수 있는데, 세계 랭킹 15위 내에 2명 이상의 선수가 들어 있는 나라는 15위 내에서 최대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현재 15위 내에 6명이 들어 있어 상위 4명의 선수가 무난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1위 고진영(26)과 2위 김세영(28)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세 번째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앞둔 다른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재작년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단독 4위에 올랐고, 지난 시즌 LPGA 투어를 모두 거른 김효주(26)는 1년여 만의 복귀전에서 7언더파 281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다음 주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좋은 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다음주를 기대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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