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릭슨 투어 1·2회 대회 예선전 출전 “첫 티샷 가장 긴장…살살 쳐도 장타”
▶ “은퇴 후 공허함 골프로 달래며 이겨” 해저드에선 공 가득 주워오는 보통남
“와~ 이거 정말 긴장되네. 월드시리즈에서 공 던지는 것 같은데….” ‘빅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48)도 첫 프로 무대 도전에서는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2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린 후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그는 “그래도 후반에 16번 홀에서 나 혼자 버디를 기록해 ‘아너’를 잡았다”며 웃었다.
박찬호가 최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 투어(2부 투어) 1·2회 대회 예선전에 참가했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쓰리박’을 통해 프로 골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이미 2018년과 2019년 KPGA 투어 셀리브리티 프로암에 2년 연속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는 프로와 짝을 이뤄 나온 ‘셀럽’ 신분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티샷부터 시작해 공이 홀에 떨어져 땡그랑 소리가 날 때까지 엄격한 룰대로 쳐야 하는 선수 자격이었다.
스릭슨 투어 1회 대회 예선 경기 후 박찬호와 동반 라운드를 했던 정종범(29), 박찬호와 막역한 사이인 배우 김성수(48) 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
김성수는 박찬호와 동갑으로 KPGA 3부 투어도 뛰었던 열혈 골퍼다. 박찬호가 골프의 매력에 빠진 건 은퇴 후 쓰나미처럼 밀려온 공허함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을 때다. 당시 골프를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투수도 혼자고, 골프도 혼자다. 비슷한 게임을 통해 그 고독과의 싸움을 헤쳐 나갔다”고 했다.
스윙에서 하체 리드가 돋보이는 박찬호는 최대 137마일(220㎞)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를 기록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 입문 4개월 만에 70대 스코어에 진입한 적이 있고, 심심찮게 언더파를 치기도 한다
옆에 있던 정종범이 “연습장은 그냥 몸을 풀며 워밍업을 하는 곳이지 실제 코스와는 다르다”며 “일단 공이 다르고, 잔디가 다르다. 연습장에서 잘 맞았다고 코스에서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찬호는 “야구도 똑같다. 우리도 불펜에서 빵빵 잘 던지는데, 딱 시합 들어가서 볼1, 볼2, 안타 한 대 맞고, 홈런 한 대 맞으면 그 다음부턴 어른어른 한다”고 했다.
정종범은 박찬호 스윙에 대해 “아주 좋다. 조금만 다듬으면 될 것 같다”며 “오늘 첫 프로 골프 도전인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 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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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