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널리 퍼진 외래종을 한라산 자생 왕벚꽃으로

2021-03-2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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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34) 봄의 전령사 벚꽃

널리 퍼진 외래종을 한라산 자생 왕벚꽃으로

2016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발견한 한국 최고령 왕벚나무로 추정되는 한라산 자생 특산종 왕벚나무가 보안상 비밀에 부쳐진 장소에서 서식하고 있다. 왕벚나무 자생 기원지와 최고령의 연대를 증명하는 이 귀중한 나무에 대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및 최고령 자생목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다가 내부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 사람 가슴높이에서 둘레가 19피트나 되는 수령이 수백년된(270+/-60년) 최고령 왕벚나무를 필자가 확인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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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自生地)에 천연기념물 제159호 지정된 수백년된 봉개동 토종 왕벚나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제주도 한라산과 전라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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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159호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조직배양한 묘목이 제주 한라생태숲 조직배양실에서 배지에 담겨 자라고 있다. 왕벚나무 복제 묘목은 두 달 동안 배양한 후에 화분에 옮겨 심어 다시 두 달 동안 묘목이 순화(acclimatization)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어 비닐하우스에서 환경 적응을 하고 바깥에 옮겨져 총 5년 정도 자라면 유전적으로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는 다른 종자인 벚꽃 고목나무 옆에 식재(植栽) 되어 세월이 가면 지금 있는 왕벚나무와 자연스럽게 가로수로 교체될 예정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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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159호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복제 묘목이 제주 한라생태숲 연구실에서 순화(acclimatization) 중에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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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의 유명한 전농로 벚꽃거리. 70살 이상 된 왕벚꽃나무들이 피운 벚꽃이 하늘을 가린다. 전농로 왕벚나무들은 한라산 자생종과 유전적으로 다른 품종으로, 우리 토종 왕벚나무 품종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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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유명한 전농로 벚꽃거리에 있는 70살 이상된 왕벚꽃나무가 벚꽃을 피운다. 전농로 왕벚나무는 우리 토종 왕벚나무 품종으로는 인정할 수 없는 한라산 자생종이 아닌 유전적으로 다른 품종의 벚꽃나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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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산공원에 핀 왕벚꽃이 하늘을 가린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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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에 왕벚꽃과 유채꽃이 서로 어울려 보기 좋게 피였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때문에 녹산로 왕벚꽃 길은 드라이브스루만 허용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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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의 유명한 벚꽃의 시작은 1912년에 동경시에서 선물한 3,020그루의 12종의 벚꽃나무로, 그중 1,800그루가 왕벚꽃 묘목이였다. 워싱턴 DC 왕벚꽃과 제주시에 있는 오래된 왕벚꽃은 물론 한국에 수없이 많이 있는 왕벚나무 꽃들은 제주 봉개동 토종 왕벚나무 꽃과 비교해보면 모양 자체가 다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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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산공원에 핀 왕벚꽃은 꽃받침이 길고 컵 모양으로 생겼다. 제주에는 물론 한국에 수없이 많이 있는 왕벚나무 꽃은, 제주 봉개동 토종 왕벚나무 꽃과 비교해보면 모양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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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봉개동의 원조 토종 왕벚나무 꽃의 받침은 짧고 쐐기모양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왕벚꽃과 제주시에 있는 오래된 왕벚꽃은 꽃받침이 길고 컵 모양으로 생겼다.

널리 퍼진 외래종을 한라산 자생 왕벚꽃으로
널리 퍼진 외래종을 한라산 자생 왕벚꽃으로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自生地)에 천연기념물 제159호 지정된 수백년 된 봉개동 왕벚나무에서 피어나는 벚꽃은 꽃의 받침이 짧고 쐐기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잡종으로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 한라산과 전라도 대둔산에만 있는 특산종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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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산공원에 핀 왕벚꽃에서 직박구리 새가 꿀을 채취하고 있다. 제주시에 있는 오래된 왕벚꽃은 꽃받침이 길고 컵 모양으로 생겼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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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自生地)에서 동박새가 왕벚꽃 꿀을 채취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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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산공원에 핀 왕벚꽃 밑으로 방문객들이 산책하고 있다. 제주는 물론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왕벚나무는 우리 토종 왕벚나무 품종으로는 인정할 수 없는 유전적으로 다른 품종의 벚꽃나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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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화북일동에 있는 별도봉 오름 위로 벚꽃이 한창 피어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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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중턱에 높이 피어오르는 분홍색 벚꽃이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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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중턱에 하얀 벚꽃이 피어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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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발견한 한국 최고령 왕벚나무로 추정되는 한라산 자생 특산종 왕벚나무가 보안상 비밀에 부쳐진 장소에서 서식하고 있다. 필자가 나무 크기와 둘레를 확인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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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처럼 팡팡 터지는 꽃망울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벚꽃. 지금 제주도는 벚꽃이 만발한데, 제주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왕벚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자생지가 있는 왕벚나무는,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自生地)에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된 수백년된 봉개동 왕벚나무 3그루와 2016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발견한 최고령 왕벚나무로 추정되는(수령 270+/-60년) 왕벚나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분포하는 왕벚나무는 목재로 인기 있는 벚나무나 산벚나무를 부계로 하고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여 자연상태에서 교잡된 수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 한라산과 전라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산벚나무는 고려-몽골 전쟁 도중 15년을 걸려 완성한 총 8만1,258개의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팔만대장경) 가운데 64%를 산벚나무 목재로 만들었을 정도로 우리에겐 친숙한 나무다.

1898년 1월5일 조선에 도착한 식물분류학자 프랑스 신부 에밀 타케(Father Emile Joseph Taquet, 1873~1952)가 제주에 머물던 1908년, 서양 식물연구자로는 처음으로 한라산 왕벚나무 표본을 독일과 일본으로 보냈는데, 이를 통해 베를린 대학의 번하르트 퀘네 박사(Dr. Bernhard Koehne)가 1912년 제주도 왕벚나무를 ‘Prunus yedoensis var. nudiflora’ 로 명하면서 학명(學名)을 갖게 됐다. 제주도 왕벚나무를 바깥세상에 알린 타케 신부는 조선으로 온 후 한번도 고향에 못가고 엄택기라는 한국 이름으로 대구 남산동에 묻혔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서양 식물학자들이 알고 있는 한라산 왕벚나무는 일본산 왕벚나무와 같은 이름으로 취급되어 왔다. 일본에서 개량종인 왕벚나무를 Yoshino cherry나 Somei-Yoshino(Prunus yedoensis)라고 부르는데, 우리 자연산 왕벚나무와는 다르게 수명이 짧다. Yoshino cherry 왕벚꽃나무는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벚꽃이다.

워싱턴 포토맥 강변과 제퍼슨 메모리얼(Jefferson Memorial)이 위치한 타이달 베이슨(Tidal Basin)에서 유명한 벚꽃은 1910년 동경시에서 선물로 보낸 2,000그루의 벚꽃나무에서 병충해가 발견되어 도착 즉시 다 태워 없앤 후 다시 1912년 동경시에서 또 한 번 선물한 12종의 벚꽃나무 3,020그루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 온 두 번째 벚꽃나무중 1,800그루가 왕벚꽃 묘목이었다.

지난 100년 이상 미국 국립공원에서 관리해온 워싱턴 벚꽃나무는 여러 대를 거쳐서 원래 나무가지를 가지고 접목한 묘목으로 꾸준히 고목나무들을 자연스럽게 교체해가고 있다.

한라생태숲 김현철 연구원은 “자연 상태에서 제주 왕벚나무의 종자가 떨어져 새로운 개체가 형성되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종자발아(發芽, 싹트기)를 시킨 개체에서 왕벚나무 형질이 유전이 되는지 확인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물론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왕벚나무는 우리나라 벚나무인 산벚나무나 올벚나무를 대목으로 일본에서 개량한 소메이요시노(Prunus yedoensis) 품종가지를 접목해서 만들어낸 우리 고유의 자생종이 아닌 유전적으로 다른 품종의 벚나무다. 이처럼 접목으로만 증식이 가능하다 보니, 우리 토종 왕벚나무 품종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당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되고 있는 왕벚나무가 제주시 봉개동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모두 합해서 14그루만이 남아 있었다. 멸종위기로 치닫던 왕벚나무를 제주 한라생태숲 연구원들이 2012년부터 성공적으로 조직배양(tissue culture) 해서 한라산 기후에서 뿌리를 내리며 건강한 자생 왕벚나무 묘목으로 성공리에 복제(clone) 재배해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매달 200-300그루의 묘목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시는 한라생태숲에서 받은 제주 자생 왕벚나무로부터 복제한 묘목을 기존(토종 아닌 왕벚나무) 가로수 옆에 심고 있다. 시간이 가면 지금 있는 왕벚나무와 자연스럽게 가로수로 교체될 예정이다.

제주에는 물론 한국에 수없이 많이 있는 왕벚나무 꽃은 제주 봉개동 토종 왕벚나무 꽃과 비교해보면 모양 자체가 다르다. 미국 워싱턴 왕벚꽃과 제주시에 있는 오래된 왕벚꽃은 꽃받침이 길고 컵 모양으로 생겼는데, 제주 봉개동의 원조 토종 왕벚나무 꽃의 받침은 짧고 쐐기 모양이다.

제주시에서 자생 왕벚나무로부터 증식한 묘목을 길 양쪽에 오래된 왕벚꽃 나무 가로수 옆에 식재(植栽)하고 있는 유명한 전농로 벚꽃거리의 70살 이상된 벚꽃나무의 꽃들 또한 꽃받침이 컵 모양으로 생겼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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