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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니다’

2021-03-11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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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기 2565년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 선정

한국 불교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관 중 하나는 연등행렬이다. 수만 수십만 명이 손에 손에 연등을 들고 서울 도심을 경건하게 장엄하게 걷는 광경은 외신을 타고 세계 곳곳에 타전되는, 매년 그맘 때 봄날 저녁의 감초격 사진뉴스 중 하나가 됐다.

연등회가 지난해 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연등회가 눈에 보이는 엄청난 장관뿐만 아니라 단순한 종교행사에 그치지 않고 종교 국적 인종의 경계를 초월해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고 사회적 경계를 허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점 등이 높이 평가된 덕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등은 적잖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불교의 상징꽃인 연꽃을 닮자거나 닮았다는 뜻의 연등(蓮燈)이 아니다. 불을 밝히거나 태운다는 뜻의 연등(燃燈)이다. 그냥 불이 아니다. 지혜의 불을 밝힌다는 의미다, 6년 고행 끝에 더없는 지혜의 불을 밝혀 무명의 어둠을 물리치고 열반의 경지에 이른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불기 2565년(서기 2021년) 올해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양력 5월19일) 봉축표어로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니다(Light the Lantern of Hope and Healing)”가 선정됐다. 대한불교조계종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원행 스님/총무원장) 주최 봉축표어 공모전에 제출된 약 450건의 응모작 가운데 으뜸으로 뽑힌 표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담은 등을 밝힘으로써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선정이라고 한다. 봉축위는 이 표어를 발표하면서 “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연등회는 개개인의 건강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는 내용을 담아 따뜻한 희망과 치유의 등을 밝히겠다”며 “국민 모두의 안정과 건강을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 발원한다. 모두 함께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밝혔다.

봉축위는 2017년부터 부처님오신날 표어로 “우리도 부처님 같이”를 기본으로 쓰면서 해마다 봉축표어 공모전을 통해 한 편씩 선정해 함께 쓰는 방식을 취해왔다. 한편 지난해 연등행렬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취소됐고 봉축행사는 한달 연기돼 약식으로 봉행됐다. 올해 봉축행사 전반계획과 연등행렬 재개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북가주 한인사찰들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도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봉행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일부 사찰은 봉축행사를 전면취소했고 일부 사찰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행사 자체를 축소하거나 기간을 늘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개별적으로 예불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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