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디섐보'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장에 입장한 팬들에게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1위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6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 달러) 3라운드까지 10언더파 206타를 쳐 선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날 디섐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6번 홀(파5)이었다.
이 홀은 호수를 끼고 왼쪽으로 휜 홀이다. 페어웨이를 거쳐 그린으로 가는 정공법을 택하면 스코어카드 상으로 555야드, 이날 3라운드 실제 거리는 531야드로 세팅된 곳이다.
그러나 과감하게 호수를 가로지르는 방법을 택해 직접 그린을 공략하면 약 345야드 이상을 쏴야 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위험 부담이 있다.
대회 개막 전에 디섐보는 이 홀에서 호수를 넘겨 한 번에 공을 그린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 2라운드 때는 페어웨이 쪽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던 디섐보는 대회 사흘째인 3라운드에 드디어 호수를 넘기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무관중 대회로 열리던 PGA 투어 대회는 2월 피닉스오픈에 하루 5천 명 정도 관중 입장을 허용했고, 이번 대회도 비슷한 수의 관중이 들어오고 있다.
모처럼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에게 디섐보의 '화끈한 괴력'은 더할 나위 없는 '팬 서비스'가 됐다.
그는 그린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공을 보내 '원 온'(One on)에는 실패했지만 풀 스윙을 하자마자 양손을 번쩍 치켜들며 자기 뜻대로 공이 맞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채널에 따르면 "날아간 비거리만 347야드, 공이 땅에 닿은 후 구른 거리까지 하면 370야드"로 측정됐고 스윙 시 클럽헤드 스피드 시속 220㎞, 공 스피드 315㎞를 기록했다.
디섐보는 홀 70야드 거리에서 두 번째 샷을 시도하며 결국 버디를 잡아냈다.
디섐보는 이 홀의 소감에 대해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고, 대회에서 우승한 기분"이라며 "공이 물에 빠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기뻐했다.
그는 "팬들이 원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 같다"고 자평하며 "바람이 조금 더 유리하게 불었다면 그린 쪽을 더 겨냥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섐보는 "마치 마지막 날 1타 앞선 18번 홀 티샷을 하는 것처럼 긴장됐다"며 "물론 팬들이 입장하지 않은 대회였더라도 이 샷을 시도했겠지만 팬들의 역할도 매우 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