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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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봄 비나리

2021-03-04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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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꽃피는 춘삼월, 전통적 한국식 계절 감각으로는 내일이 경칩 즉, 개구리가 물이나 흙속의 굴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깨어나서 뛰어나가듯, 자연친화적 농경시대의 사람들이 추운 날씨로 말미암아 집안에서 웅크려 지내던 생활을 마무리하고 따뜻한 봄을 맞아 농사준비를 하려고 산과 들로 나서던 좋은 때입니다. 아무튼, 안정적이던 겨울살림살이에서 역동적인 봄살림살이로 생활방식을 바꾸며 활기차게 밖으로 나들이를 준비해보는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움츠렸던 재택생활에서 벗어나 다소나마 외출을 늘리는 등 활기를 되찾으려 나서볼 때입니다. 보름이 지나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게 되는 춘분, 봄이 제다움을 보이는 시절이요, 석존의 출가절(음 이월파일)이 됩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열반절(음 이월보름)로서, 불교신자들은 그 사이 일주일을 특별정진기간으로 삼아 싯다르타 태자가 석가모니 붓다로 성숙되는 구도과정의 치열한 수행정신을 되새기며, 추모와 함께 결연한 수련의 기회를 가질 줄 압니다.

산승은 지난달 남가주 아이들와일드 근처의 금강선원에 가서, 설을 그곳에서 지내며 동안거해제일인 정월보름까지 머물다 왔습니다. 3000미터가 넘는 세인트하신토산맥의 1200미터 고지에 자리를 잡은 산사에서 제법 쌓인 눈을 즐기기도 했고, 산 아래 데저트핫스프링스의 사막 가운데서 샘솟는 천연온천수로 심신의 피로를 풀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I-5 주변의 수많은 과수원에는 다양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일부는 이미 낙화상태를 보였으며, 샌프란시스코 이스트베이지역에 돌아오니, 시내에는 매화와 목련이 한참 피고지고 하며, 몇 년 전보다 사뭇 빠른 봄의 통행을 느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계기였습니다. 고성이 자리한 산위에는 작년가을 산불이 지나간 산등성이와 골짜기에 검은 재를 뚫고 돋아난 풀들이 푸르고 싱그럽게 자라나며, 다양한 산새들이 홀로 또는 떼를 지어 날거나 노래하는 모습에, 자연의 생명력과 치유의 신비를 새삼 느끼며 그를 즐기고 누릴 수 있음에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고마움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사람을 포함하여 뭇 생명들의 삶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동운명의 터전, 맑은 하늘과 공기를 오염시키지 말고, 땅과 물을 깨끗하게 지키고 가꾸자는 지구적 환경운동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능동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플라스틱제품과 일회용품 사용자제, 각종 쓰레기 줄이기, 소모품을 아끼고 나누며 적게 쓰기 등, 검약과 소욕지족의 생활로 개인과 집단 및 온 누리 생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이웃과 연대 협력하는 운동에 흔연히 동참하여야겠지요.

지난 일요일을 “피의 일요일”이라 부르는 분들의 외치는 함성이 메아리쳐 옵니다. 비폭력 평화를 추구하는 불교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나라인 미얀마에서, 군부의 쿠테타가 일어나 민주적으로 잘 시행되었던 총선결과가 무시되고 군부독재의 전철을 밟게 됨에, 그 정의회복을 요구하는 민중의 비폭력 저항 시위가 군경의 총탄에 희생됨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3.1독립운동과 광주5.18.민주화 운동 및 1987년도 민주시위와 근년의 촛불혁명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데, 미얀마 국민들도 그를 선례로 삼아 진행한다고 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모든 민주시민들이 함께 적극 협조하여, 이른바 ‘미얀마의 봄’이 활짝 피어나서, 군부의 퇴진과 민주적 사회정의가 실현되기를 기원하며, 응원해 마지않습니다. 이 화창한 봄, 무력의 시대가 가고 도덕의 시대가 오려니, 지구촌의 모든 비인간적 갈등종식과 평화실현, 한반도 평화통일도 앞당겨지고, 독자님들도 건승하시길 삼가 빌며, 두 손을 모읍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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