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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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삼월의 노래

2021-03-04 (목)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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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겨울에 얼었던 시내가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새로운 계절인 봄을 노래하는 달이다. 하지만 3월 1일이 우리 민족에게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날이어서 그런지 학창시절에 불렀던 삼일절 노래를 하루 종일 부르게 된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3000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이 곡을 작사하신 정인보 선생님은 일제시대, 대한민국의 한학자, 역사학자, 언론인, 정치인이었고 교육가이셨다. 삼일절 노래 외에 광복절, 개천절, 제헌절 노래, 이화여대 교가 등 많은 곡들을 작사하셨던 진정한 애국자이셨다. 안타깝게 선생님은 1950년에 이북으로 납치되셨다. 삼일절 노래를 부르면 태극기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던 선열들의 외침과 간절한 염원과 피로 얼룩진 희생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대한민국이 평안한 시기에 태어나 자라온 세대들에게는 조국의 존재에 대해 사무치게 감사해야 하는 삼월이다.

당시 3.1운동 주동의 죄목으로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되었다. 그때 유관순 외 6명의 독립 운동가들이 옥중에서 만들어 불렀던 노래의 존재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게 되었다. 감옥 동기인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 씨가 2-3년 전에 어머니를 통해 기록으로 남겨둔 동기들의 노래 두 곡 가사를 공개하였다. 첫 곡의 가사는 이렇다. “전중이 (징역살이하는 사람) 일곱이 진흙색 일복 입고 두 무릎 꿇고 앉아 주님께 기도할 때,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이다. 대부분 미션 스쿨 출신 신자였던 8호 감방 동기들이 어려움 속에서 기도하며 서로 용기를 북돋는 내용이다.

두 번째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이다. 이들의 소망과 믿음의 선포로 인해 실제로 25년 후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살아났다. 이제 우리 모두 잘 아는 강소천 선생님의 동요를 조용히 읊조리며 선열들께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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