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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속 우승 멋진 세리머니 해야죠”

2021-03-02 (화)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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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록 달성 앞둔 장하나
스윙 ‘잔 기술’ 없애 정확도 개선, 여름 이겨내고자 지금부터 준비…연간 28~29개 대회 소화해낼 것

▶ 박세리도 못 이룬 기록 부담되지만 스스로 잘해왔다는 마음도 들어

“헉~ 헉! 악마야, 악마!” 트레이너가 한계까지 몰아붙이자 체력 좋기로 유명한 장하나(29)도 가쁜 숨을 연신 몰아쉬며 이렇게 내뱉었다. 최근 경남 김해의 가야 컨트리 클럽 동계 훈련 캠프에서 만난 장하나는 올해 ‘커다란 도전’을 앞두고 어느 해보다 체력과 샷 기술 연마에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프로골프 투어에서 평생에 걸쳐 1승을 달성하는 것도 어려운데 장하나는 올해 1승만 추가하면 ‘10년 연속 1승 이상’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2012년 10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마수걸이 우승을 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시즌 연속 우승을 신고했고,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후에는 1년 반 가량 뛰면서 4승을 챙겼다. 이후 국내로 복귀하고는 지난해까지 다시 3년 연속 우승 행진을 벌였다. 국내 13승과 미국 5승 등 통산 17승(KLPGA와 LPGA 중복 1승)을 쌓았다.

한국 여자 선수 중 국내와 해외를 합쳐 10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안선주(34)가 유일하다. 안선주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13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신지애(33)와 박세리(44)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신지애는 올해 승수를 추가하면 10년 연속 우승을 기록한다.


대기록 달성을 앞둔 장하나의 심정은 어떨까. 그는 “마음가짐이 조금 다르긴 하다”며 “약간 부담이 되긴 하지만 지금까지 스스로 잘 해왔다는 마음도 든다. 기록을 이룬다면 굉장히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하나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에너자이저’로 불린다. 버디를 잡거나 우승했을 때는 흥이 넘치는 동작으로 팬 서비스를 한다. 지난해 가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후에는 홈런을 치는 듯한 ‘야구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올해 10년 연속 우승 기록을 달성했을 때는 어떤 모습으로 자축할까. “어떤 동작으로 하겠다고 마음먹고 준비를 하는 건 아니에요. 즉흥적으로 하는데 올해는 캐디 오빠랑 어깨를 부딪치는 농구 세리머니를 펼쳐볼 생각이에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 있는 스테픈 커리를 보니까 멋있더라고요.” 장하나는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서 기왕이면 팬들 앞에서 멋지게 해보고 싶다. 팬들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팬들이 내 에너지의 근원”이라고도 했다.

올해도 우승을 하기 위해 장하나는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원래 체력이 좋긴 해도 이제는 점점 더 부담이 된다”는 그는 “지금 준비를 해야 뜨거운 여름을 나면서 연간 28~29개 대회를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하나는 하루에 1시간 30분씩 일주일에 6일을 체력 훈련에 힘 쏟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파워 훈련을 빼고 가동성 강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장하나의 체력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환(42) GPL 센터장은 “부상을 방지하면서 스윙 동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윙은 미국에서 활약 중인 임성재(23) 등을 지도하고 있는 최현(45) 코치와 동작을 조금 더 단순하게 하면서도 정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다듬고 있다. 장하나는 “백 스윙이나 임팩트를 만들어 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냥 올렸다 내려치면 똑바로 가는 스윙을 만들고 있다. 약간 ‘잔 기술’이 없어진 스윙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장타 비결로는 효율적인 힘의 사용을 말했다. “많은 분들이 장타는 힘으로 치는 거라고 오해하는데 사실은 스피드에서 나오는 거예요. 힘을 ‘쫙’ 모았다가 임팩트 구간에서 ‘빵’하고 터트리는 거죠. 드라이버를 거꾸로 쥔 상태에서 왼쪽 귀로 ‘휙’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면 스피드 향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장하나의 또 다른 장기는 벙커 샷이다. 2019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벙커 세이브율 1위에 올랐다. 장하나는 “벙커 샷은 그야말로 많이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공 밑에 1,000원짜리 지폐를 두고 안 찢어지게 연습했다”고 소개했다. “5만 원짜리로 하면 효과가 더 크냐고요? 에이, 그럼 큰일 나요.”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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