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프 선수들은 같은 색상 옷을 피하는 게 관행이다. 특히 같은 조에 편성되면 셔츠 색깔은 비슷해도 꺼린다.
하지만 28일 펼쳐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미국프로골프(PGA) 푸에르토리코 오픈,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 최종 라운드는 달랐다.
약속이나 한 듯 검정 하의에 빨간 셔츠를 입은 선수들이 넘쳐났다.
검정 하의와 빨간 셔츠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대회 최종 라운드 때 입는 옷이다.
우즈가 출전하면 아무도 최종 라운드에 검정 바지와 빨간 셔츠는 입지 않는다.
이날 코스에 넘친 검정 하의와 빨간 셔츠 패션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우즈의 쾌유와 필드 복귀를 염원하는 응원의 메시지다.
골프위크는 우즈에 대한 '오마주'라고 보도했다. '오마주'는 예술과 문학에서는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저스틴 토머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등 세계랭킹 1위를 했던 선수들은 한결같이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를 입었다.
워크데이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인 패트릭 리드(미국)와 토니 피나우(미국),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도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 차림으로 경기를 치렀다.
스코티 셰플러, 제이슨 코크랙(이상 미국)도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 차림이었다.
매킬로이, 셰플러, 리드, 코크랙은 워크데이 챔피언십에서 톱10에 입상했다.
흑백 혼혈인 캐머런 챔프(미국) 역시 우즈의 최종 라운드 패션을 재현했다.
매킬로이와 리드는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 플리트우드와 챔프도 동반 플레이를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가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는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지만 이날만큼은 흔한 광경이 됐다.
13년 만에 LPGA투어 대회에 나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검정 치마에 빨간 셔츠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서 우즈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소렌스탐의 캐디를 맡은 남편 마이크 맥지와 아들 윌도 같은 패션이었다.
선수 뿐 아니라 대회 진행 요원과 관람객도 우즈의 회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검정 하의와 빨간 셔츠를 입었다.
푸에르토리코 오픈 경기진행요원은 이날 전원이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었다.
제한적으로 입장한 관람객 상당수도 같은 패션으로 코스에 나왔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TIGER'가 새겨진 볼로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디섐보와 우즈는 같은 브리지스톤 볼 계약 선수다.
우즈는 이런 응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타이거 우즈 재단 트위터를 통해 우즈는 "오늘 TV를 틀었다가 온통 빨간 셔츠를 입은 광경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선수와 팬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