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미풍을 유지하며 즐기시기를
2021-02-05 (금)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동지절기를 지내면서 갈아달았던 새해달력이 이제 2월을 보이며, 어느덧 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으니 세월의 빠른 흐름이 새삼 느껴집니다. 어제가 봄소식 전하는 입춘절기요, 다음 주로 설날이 닥아 옴에 즈음하여 단상을 나누어 보려합니다. 우리겨레의 선인들은 자연 환경과 함께 호흡하며 더불어 생활하면서 그동안 겪은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생태조건에 잘 어울리고 적응하는 지혜로서 여러 가지 귀중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해와 달 및 별들의 운행과 땅위에 사는 여러 생명들의 활동 인연들을 관찰하고 엮어서 생활에 참고를 삼아 수정하며 보완해 왔지요. 해를 중심으로 양력을, 달을 중심으로 음력을 꾸려서 농업과 상업 등의 산업 및 유통의 관행이 이루어졌고, 작업과 휴식 및 놀이문화가 형성되어 전승되어왔음을 압니다. 자연 질서의 변화양상에 맞추어 보름마다 계절의 특징을 보이는 절기를 정하여 이름 부치고, 나름대로 새해의 시작과 축제 및 마무리를 생각하고 즐기는 공동체 문화를 가꾸어왔습니다. 입춘절기와 설날도 그 흐름 가운데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의 설날인 음력 정월초하루를 중국에서는 ‘춘절(春節)’이라 하며 봄을 맞이하는 축제로 삼아 기리는 관행이 있어 온 줄 압니다. 아무튼 많은 미국인들이 음력 새해를 “차이니스 뉴 이어(Chinese New Year)"로 부르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굳이 ‘코리안 뉴 이어’라고 경쟁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냥 중국문화권의 일부처럼 같이 즐기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으리라 추측됩니다. 그냥 음력 새해로서 ‘루나 뉴이어(Lunar New Year 또는 New Year of Lunar Calendar)' 로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차이니스뉴이어’ 통용을 방관하면, 음력을 중국만의 것으로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와 느낌이 들어 민망합니다. 우리의 ‘동해(東海 East Sea)’가 '일본해(日本海 Sea of Japan)'로 잘못 표기되거나 독도가 다께시마로 왜곡되어 외부에 알려짐에 의식있는 분들에 의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있었듯이, 한민족이 ‘설’이나 ‘한가위’ 등 음력을 통한 우리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천년이상 유지해 왔음을 주위에 알리는 시도와 노력도 필요함을 느낍니다. 사실 음력은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활용해왔는데, 이를테면 유대인의 유월절,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절, 이슬람교인들의 라마단 금식행사 등 중요한 종교 및 생활문화도 그 시기를 음력이나 그들 나름의 달력으로 계산하며 가름하고 있음을 봅니다. 지구촌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이나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어디에 가서 살던지 그들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며 전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고 자긍심을 발휘하는 줄 압니다. 우리 배달겨레도 근래에 해외에서 김치와 한복 및 음악과 영화 등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며, 세계인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실정인데, 설날을 맞으며 우리 모두 겨레의 미풍양속을 되새기고 즐기면서 나눔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군사, 경제와 기술 등의 물리적 힘으로 세상을 강제해 나가던 시대는 지나가고, 문화와 도덕 등의 정신적 힘으로 인류를 평화로 이끌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 즉, 인간에 두루 이익되게 하며 도리로서 세상을 평화롭게 하라는 선조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지구촌 문명을 인간답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사명을 우리 겨레가 솔선수범으로 감당하고 실현하려는 자각과 분발이 필요합니다. “입춘대길!”이니, 북가주 불자님들과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 모두 새봄을 맞으시며 더욱 건강 평안하시고, 설날에 즈음하여서 신축년 새해를 즐기시며, 품으신 뜻을 잘 이루어나가시길 빌면서, 삼가 세배와 축원을 드립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