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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아름다운 보석

2021-02-05 (금)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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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선교단체에서 설교를 했다. 예배를 마친 후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목사님 그간 많이 늙으셨네요.” 아니, 은혜받았다는 말이 아니고 대뜸 늙었다 하다니.. 사실 그날은 외부 설교이니만큼 평소보다는 외모와 복장에 좀 신경을 썼다. 허나 영 효과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외모, 몸매를 위해 아무리 갈고 닦아도 광나는 시기는 이미 지나쳐 버린 나이대에 들어선듯 하다. 헌데 그리 말하는 지인의 모습이 싫거나 밉지 않았다. 지혜롭게도(?) 화사한 웃음을 띄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아, 웃고 미소지으면 최소한 미워 보이진 않음을 알았다.

웃음에는 신비한 효능들이 참 많다. 웃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웃으면 마음과 언행이 분산되지 않고 조절된다. 또 상호대화가 잘 진척된다. 웃는 얼굴은 그 자체로 휼륭한 대화도구이다. 웃음은 전염되어 상대방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며 주변을 밝고 편하게 해준다. 잘 웃으면 육신건강 증진에 효과적이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피부온도가 상승하며 뇌신경물질 분비량이 늘어 뇌활동이 활발해진다. 또 산소를 많이 들이켜 폐활량도 늘어나며 장운동을 촉진시켜 소화기능도 향상시킨다. 웃으면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 웃을 때 엔돌핀이 분비되어 걱정과 스트레스를 일정량 해소시켜 준다. 잘 웃으면 신바람을 불러와 일과 대화, 삶을 활력있고 생기있게 만든다. 또 웃음은 하고 있는 일의 실적을 상승시킨다. 웃으며 일하면 막혔던 것도 곧잘 풀리곤 한다. 요즘은 이미지 시대인데 웃음은 이미지를 좋게 만든다. 웃는 얼굴은 착함과 성실함을 연상케 해 모두에게 호감을 준다. 그리고 웃음은 젊음을 효율적으로 유지시킨다. 웃을 때 얼굴과 몸의 근육들이 움직이면서 노화현상을 막아주고 동안을 가능케 해준다.
이토록 웃음은 건강과 활력, 생기와 즐거움의 도구이며 또한 염려와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탁월한 무기이다. 토마스 칼라일은 “인간의 모든 비밀을 밝힐수 있는 열쇠는 웃음 속에 있다”고 했고 마크 트웨인은 “인류에게 진정으로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는데 그것은 웃음이다” 했다. 또한 웃음은 행복과 직접 관계가 있다. 우리는 웃을 때 더욱 행복해진다. 심리학 거장인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 말한다. 단 한번의 웃음이라도 수 백가지의 신음, 탄식과 거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의 뇌는 살아온 날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기억도 못한다. 뇌에는 망상체 구조라는 것이 있어서 잊어야 할 것은 잊게 만들고 기억해야 할 것만 기억하게 해준다. 헌데 크게 웃고 즐겁게 지낸 날들은 기억하게 해 준다. 무수한 사건 사연들로 채워진 생애동안 기억해 낼수 있는 날들이야말로 진정 의미있고 가치있고 아름다운 날들이다.


요즘 외부 상황이 아주 소요스럽고 어수선하다. 전 세계적 펜덤인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움추러들고 답답하고 곤혹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재난이 언제 종식될런지 예측할 수 없다. 현실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이럴때 일수록 한바탕 웃어보자. 좀 더 크게, 좀 더 길게.. 웃음은 돈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큰 노력을 요하는 일도 아니다. 환경좋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용된 일도 아니다. 누구나 웃을 수 있다. 삶의 여건을 넘어서 웃을 수 있다.

기독자들은 자주 웃어야 한다. 우리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안에 기쁨을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찬송가 325장의 노랫말처럼 예수님은 기쁨의 근원이시다. 그분은 우리로 웃게 하신다(물론 때때로 울게도 하시지만). 자녀생산 나이가 훨씬 지난 사라는 은혜로 이삭을 낳으면서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신다”고 고백했다. 예전 만국 주일학교 공과에 ‘기도와 웃음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기도는 영적 건강에, 웃음은 신체적 건강에 더욱 큰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 기술했다. 웃음이 기도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웃음은 삶의 행복을 담보해 주는 주님의 은혜이며 인생을 활력있게 꾸며가는 아름다운 보석이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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