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코마 흑인 엘리스 사망 사건 경관진술 달라

2021-02-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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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순찰대, 타코마경찰 과잉진압 전면조사 결과 발표

작년 3월3일 밤 타코마에서 흑인 매뉴엘 엘리스를 과도한 폭력으로 진압해 숨지게 한 경찰관들의 사건경위 진술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주 순찰대(주정부 경찰국) 조사결과 밝혀졌다.

사건에 연루된 타코마경찰국 소속 경관 중 한명인 크리스토퍼 버뱅크(35)는 “숨을 쉴 수 없다”는 엘리스의 말을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목격자가 촬영한 비디오에는 엘리스가 “숨 쉴 수 없다”고 최소한 4차례 말했고 그중 3차례는 버뱅크의 목전에서 했다고 순찰대 조사보고서는 밝혔다.

이 사건의 조사는 원래 타코마경찰국의 의뢰로 피어스 카운티 셰리프국이 맡았지만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돼 제이 인슬리 주지사의 지시로 순찰대가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순찰대는 타코마 셰리프국과 달리 우선 3명의 목격자들로부터 진술을 들었다. 이들 중 2명은 경찰관들이 모르게 사건현장을 전화기로 촬영했다.

이 비디오에는 버뱅크 경관이 저항하지 않는 엘리스에게 전기충격총을 발사해 쓰러트리고 다른 경관이 그의 목 부위를 무릎으로 누르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이날 사건은 버뱅크가 동료 매튜 콜린스(37)와 함께 순찰하다가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 좌회전하는 한 차량의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엘리스를 발견한 데서 비롯됐다.

콜린스는 엘리스가 카재킹 아니면 가정폭력 용의자일 것으로 짐작하고 그를 불러 도로변에 앉도록 지시했다.

엘리스는 순찰차의 승객석에 앉아 있던 버뱅크를 노려보고 유리창을 주먹으로 쳤고 이어 콜린스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콜린스 경관은 엘리스가 ‘초인적 힘’으로 자신을 번쩍 들어 올려 땅에 메쳤다며 체중이 230 파운드인 자신이 마치 아기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뱅크 경관은 엘리스가 콜린스를 아기처럼 들어 올려 땅에 메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순찰대 조사관에게 진술했다.


버뱅크는 엘리스가 콜린스에게 대들었기 때문에 차에서 내려 함께 제지했다고 덧붙였다.

목격자의 한 비디오에는 무저항 표시로 양팔을 올린 엘리스의 목을 콜린스가 뒤에서 조르고 버뱅크가 전기충격총을 발사해 엘리스를 쓰러트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어 콜린스가 넘어진 엘리스의 목 부위를 두 무릎으로 누르고 버뱅크도 합세해 그를 반복해서 구타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그 후 타코마경찰국의 매시이 포드(29) 경관과 티모시 랜킨(31) 경관이 지원조로 현장으로 출동해 임무를 교대한 후 엘리스를 압박했다.

래킨은 엘리스가 숨을 쉴 수 없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며 “말을 할 수 있으면 숨도 쉴 수 있다.

우리에게 대항하지 않으면 좀 느슨하게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리스는 이내 의식이 흐려졌고 맥박을 체크한 랜킨은 엘리스가 숨졌음을 확인했다. 이들 4명의 타코마경찰국 소속 경관은 엘리스의 사인이 검시결과 타살로 밝혀진 후 유급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들 외에도 사건현장에 뒤늦게 지원 나온 아만도 파리나스 경관과 셰리프국의 게리 샌더스 형사는 징계 받지 않았다.

샌더스는 부업으로 퍼시픽 루터란 대학 경비 일을 하다가 현장으로 달려와 나일론 끈으로 엘리스의 수갑 채워진 양팔을 발목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다.

셰리프국은 당초 샌더스가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들통 나는 바람에 사건조사를 순찰대로 넘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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