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인들 ‘목회자들 별로 신뢰 안 간다’

2021-02-04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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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럽 조사 ‘목회자 신뢰도 간호사, 약사보다 낮아’

▶ 2000년 이후 하락세… 교인 감소 추세와도 연관

미국인들 ‘목회자들 별로 신뢰 안 간다’

미국인의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사진은 지난해 성 추문에 휩싸여 기독교 대학 총장직에서 사임한 폴 웰 주니어 전 총장(왼쪽)의 모습. [로이터]

미국인들 ‘목회자들 별로 신뢰 안 간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은 지난해 미국인들의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들을 ‘정직, 또는 매우 정직’하게 여기는 미국인 비율은 지난해 약 39%로 2018년 조사 때의 사상 최저 수준인 약 3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갤럽은 목회자와 함께 다른 직종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조사했다. 조사에서 목회자보다 높은 신뢰도를 보인 직종으로는 간호사, 의사, 초등학교 교사, 약사, 경찰관, 판사 등의 순서였다. 반면 미국인들이 목회자에 비해 신뢰도가 낮다고 판단한 직종은 요양 시설 운영자, 은행가, 언론인, 변호사, 사업체 대표, 광고업 종사자, 차량 판매원, 국회의원 순으로 나타났다.<도표 참조>.

기독교계 여론 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스콧 맥코널 디렉터는 “미국인들의 목회자에 인식을 보여준 조사 결과로 최근 교인 감소 추세와도 연관이 있다”라며 “(불신으로) 목사와 개인적인 관계가 단절되면 언론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목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라고 크리스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는 30여 년 전만 해도 약 67%(1988년)로 다른 대부분 직종에 비해 매우 높았으나 2000년 이후부터 한 두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맥코널 디렉터는 이에 대해 “세속화 현상으로 인해 목회자 인성에 대한 신뢰도와 목회자의 가르침에 대한 신뢰도가 동시에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교계 거물급 지도자들이 잇달아 성 추문에 휩싸인 것도 목회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계기다. 지난해 8월 미국 최대 기독교 대학 리버티 대학의 제리 폴웰 주니어 총장은 부인이 젊은 남성과 혼외정사를 하는 장면을 지켜봤다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추문으로 목회자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뉴욕 대형 교회 힐송 처치의 칼 렌츠 담임 목사는 목사 및 자녀 3명의 아버지라는 신분을 속이고 여러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은 것이 드러나 교계에 충격을 안겼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는 정치 성향, 성별, 인종, 교육 수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신뢰도는 약 54%로 전체 미국인보다 높았지만 민주당 지지자와 독립 정당 지지자 중 목회자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각각 약 38%와 약 32%로 낮았다. 또 보수 성향 또는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미국인의 약 48%와 약 41%가 목회자에 대한 신뢰를 보인 반면 진보 성향 미국인 신뢰도는 약 27%로 매우 낮게 조사됐다.

성별에 따라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목회자를 신뢰한다는 여성의 비율은 약 43%로 조사된 반면 남성은 약 36%로 낮았다. 이는 2000년 대 초반 가톨릭 목회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가 주로 남성 아동들이었던 것에 의한 영향이 크다. 연령별로는 18세~34세 사이 젊은 층의 신뢰도가 약 24%로 가장 낮았고 35세~54세는 약 41%, 55세 이상은 약 51%로 고령일수록 높아졌다. 학력별로는 대졸자의 신뢰도가 약 49%로 가장 높았고 2년제 대졸자는 약 40%, 고졸 미만은 약 33%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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