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PGA 소니 오픈서 통산 5승 ‘그라파이트 샤프트 퍼터’로 쏙쏙
▶ “같은 무게에 강도 더 높아 진동↓”
소니 오픈 3라운드에서 퍼트라인 파악하는 케빈 나. [로이터]
‘클럽의 척추’ 역할을 하는 샤프트 소재는 크게 스틸과 탄소 섬유로 만든 그라파이트로 나뉜다. 거리를 우선하는 드라이버와 우드에는 그라파이트 샤프트가 사용되고 아이언과 웨지의 경우 스틸과 그라파이트가 혼용된다. 퍼터에는 전통적으로 스틸 사프트가 장착된다.
지난 18일(한국 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 정상에 오른 재미교포 케빈 나(38)는 그라파이트 퍼터 샤프트를 사용해 눈길을 끈다. LA골프 샤프트사의 ‘TPZ 원(one) 35’라는 제품이다. 헤드는 캘러웨이의 툴롱 매디슨 모델이다.
케빈 나는 장타자가 즐비한 PGA 투어에서 단타자에 속하지만 빼어난 퍼팅 능력으로 18시즌 연속 투어 카드를 유지하며 통산 5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서 원(1)퍼트 부문 2위(44.60%), 퍼팅으로 얻은 타수 5위(0.693타 이득), 평균 퍼트 수 5위(1.560타)에 올랐다. 2019년 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 우승 때는 PGA 투어 72홀 퍼팅 합산 최장거리 기록(약 170.11m)을 세우기도 했다. 먼 거리에서도 쏙쏙 집어넣었다는 뜻이다.
‘스틸=안정성’ ‘그라파이트=거리’라는 공식이 통용됨에도 ‘퍼팅 귀신’ 케빈 나가 퍼터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LA골프 샤프트 측은 “그라파이트는 스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더 뻣뻣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같은 무게로 스틸보다 더 큰 경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샤프트 경도는 스트로크의 안정성, 볼의 직진성과 관련이 있다. 특히 롱 퍼트 때는 헤드가 샤프트의 플렉스(유연성)에 의해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는데 강한 샤프트가 이를 줄여준다. 스틸은 좀 더 강하게 하려면 무게를 늘릴 수밖에 없는 반면 그라파이트는 무게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LA골프 샤프트 관계자는 “그라파이트는 다양한 소재와 공법으로 제작이 가능해 임팩트 순간 진동을 잡아주는 이점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케빈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브라이슨 디섐보가 추천해 2019년 초부터 그라파이트 퍼터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다. ‘필드의 과학자’로 불리는 디섐보는 PGA 투어 선수 중 최초로 퍼터를 포함해 14개 클럽에 모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장착해 사용 중이다. 케빈 나는 “기존 스틸 샤프트와 무게는 같은데 강도는 더 높아 미세하지만 안정감이 더 든다”면서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구별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퍼터의 그라파이트 샤프트에 대한 견해는 갈린다. 타이틀리스트 피팅 담당자인 공형진 차장은 “퍼터에 있어 스틸과 그라파이트 샤프트의 기능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면서 “그라파이트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원희 핑골프 테크팀장도 “그라파이트가 진동 흡수에 뛰어날 수 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구부릴 수 있는 스틸과 달리 직선밖에 만들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캘러웨이는 스틸과 그라파이트를 결합한 바이 매트릭스(Bi-Matrix) 샤프트가 장착된 스트로크랩 퍼터를 선보이고 있다. 그라파이트와 스틸 부분의 길이를 4 대 1로 설계해 스틸 샤프트보다 줄어든 무게(40g)를 헤드(10g)와 그립(30g)에 재배치해 안정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한편 케빈 나는 ‘컴퓨터 퍼트’ 비결에 대해 “볼이 휘어지기 시작할 지점을 파악한 뒤 그 지점까지 볼을 직선으로 보내는 데만 집중한다. 그러면 나머지 거리는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홀을 향해 굴러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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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