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늘어나는 홈술ㆍ혼술족… 내 몸 알코올 분해 능력은?

2021-01-19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크게 작게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집에서 술을 마시는‘홈술족’과 혼자 술을 마시는‘혼술족’이 부쩍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2020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음주 장소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92.9%는 바뀐 장소로‘자신의 집’을 택했다. 또한 술자리 상대의 경우 과거에는 친구ㆍ선후배(90.0%), 직장 동료(72.8%)가 주를 이뤘던 반면, 코로나19 이후에는 혼자(81.9%)가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홈술과 혼술은 잘못된 음주 습관을 만들어 알코올 의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 마시는 탓에 음주량 제어가 잘 되지 않고 습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도한 음주, 알코올성 지방간ㆍ간경변 초래


잦은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분에 6명 꼴로 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다.

음주의 가장 큰 위험성은 간 손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은 ‘인체의 화학 공장’에 비유된다. 간은 신체 에너지 관리와 해독 작용, 호르몬 분해와 대사, 단백질과 지질 합성, 면역 조절 등 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대사 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따라서 간 질환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기능이 광범위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 알아야 한다.

알코올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간 질환은 바로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경화로 잘 알려진 간경변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서양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80g(소주 300~400㏄, 맥주 1,500~2,000㏄ 정도)을 15년 이상 매일 마신 사람의 1/3 정도에서 간경변, 1/3에서는 지방간이 발견됐다고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원인으로, 지속적으로 술을 섭취하면서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정상 간의 경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이내인데,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가벼운 병이지만 지방간 환자 4명 중에 1명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간 질환인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경변은 정상 간세포가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바뀌어 정상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드는 만성 간 질환을 통틀어 칭하는 용어다. 간 전체에 흉터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간에 광범위하게 흉터가 생기면 간 조직의 혈액순환이 어려워지고,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어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한 기능의 일부를 원활히 할 수 없게 된다. 일단 간경변이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올바른 음주 습관으로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 분해 능력, 유전자 검사로 가능

주량은 개인차가 크므로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게 변하고 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병을 마셔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고 거뜬한 사람도 있다. 이는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몸속에 들어오면 두통과 숙취를 일으키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다. 이는 다시 아세트산으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결국 이 두 가지 과정이 진행되는 속도가 알코올 분해 능력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 몸의 ADH1B 유전자와 ALDH2 유전자가 각각 알코올 분해 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의 합성에 관여하기에 유전자 검사로 개인의 알코올 분해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개인별 알코올 분해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 요인을 확인하는 ‘알코올 리스크 스크린’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알코올 리스크 스크린 검사는 간편한 혈액 채취 한 번으로 관련 유전 요인에 의한 △알코올 분해 능력 △음주 습관에 따른 알코올 의존도 △숙취 해소에 좋은 식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알코올 분해 능력의 경우 일반적인 수준의 ‘표준형’, 알코올 분해가 빨라 폭음 위험이 있는 ‘알코올 의존주의형’, 알코올 분해가 느린 ‘알코올 위험형’, 알코올 분해가 매우 느린 ‘알코올 고위험형’으로 구분된다.

본인이 평소 술을 좋아하고 자주 마신다면 유전자 검사로 유전적 요인에 의한 알코올 의존성(중독)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평소 음주 시 가슴 두근거림 및 얼굴 붉어짐을 자주 느꼈다면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가 잘 되지 않게 타고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