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마음에 하얀 소를 길러나 봄세
2021-01-07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이제 2021년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신축년(辛丑年)”이며 “하얀 소(白牛)의 해”입니다. 어째서 하얀 소의 해라고 이름 하는지 그 사연을 따져보면, 한국인들이 해/달/날/때(年月日時)를 이름 붙이는데, 하늘(天干)과 땅(地支)의 특징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과정에서, 하늘은 다섯 가지(파란, 빨간, 노란, 하얀, 검은) 빛깔로, 땅은 열두 가지(쥐, 소, 호랑,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동물로 틀을 잡아, 서로 안배하여 계속 반복해왔는데, 올해는 신축년 즉, 하얀 소의 해에 해당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므로 그 하얀 빛깔과 듬직한 소의 좋은 특성을 아울러, 맑고 밝게 생각하고 힘차게 부지런히 일하여, 큰 복과 기쁨이 가득한 상서로운 해를 이루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며 살림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절기상 제일 춥다는 소한이 엊그제 지났기로, 이제 보름 뒤의 끝추위 대한(1/20)을 거치면 봄이 옴도 멀지 않을 터, 코비드 팬데믹 터널의 끝을 바라보며, 집안에 움츠려야했던 칩거생활을 벗어나 다소 신선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마침 이번 대한절에 한국에서는 석존의 성도절(음 섣달초여드레)을 기리며, 미국에서는 제46대대통령 취임식을 갖게 되는데, 아무튼 나름 정신적이며 사회적으로 공감하고 어울려 경축하면서 세간과 출세간을 아울러 삶의 질과 분위기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축원하며, 기대해 봅니다.
산승도 음력으로 소의 해에 태어났기로 소에 대한 관심이 있어왔는데, 특히 수행자로서 관련된 영적인 이야기 한 토막을 나누고자 합니다. 사찰 벽화의 소재로도 자주 쓰이는 이른바 심우도(尋牛圖) 즉, 소를 찾는 그림에 대한 것인데, 이는 한 목동이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섬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헤매다가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드디어 소를 찾아서 먹이고 기른 뒤에, 그를 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루에 홀로 앉아, 마침내 소와 자신을 모두 잊고 무아의 경지에 이른 뒤에, 다시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저자거리로 나섬을 그린 것이지요. 여기서 소는 마음의 본성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를 찾아서 확인하고 수련하여 자기 삶의 목적을 실현하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예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그림들 한 가운데 목우(牧牛) 즉, 소를 먹이고 기르며 길들이는 때에, 검은 소가 힌 소로 변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사람도 수련을 통해 어둡고 사악한 부정적 속성들을 밝고 올바른 긍정적 덕성으로 바꿈을 보이는 것인데 아무튼, 그 결과로서 자기수련을 통해 지혜와 자비심을 갖추고는, 결국엔 사회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봉사 헌신함으로 회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석가모니와 보디사트바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분들)가 보이신 길이며, 소납도 지난세월 그 길에 투신하여, 나름의 큰 기쁨과 보람도 누려왔음을 흔연히 고백하면서, 독자 여러분들도 체험해 보시기를 권해 마지않습니다.
이즈음 누구나 새해에 필요한 계획과 의지를 다지리라 짐작합니다. 산승도 조촐한 지향이 없지 않으니, 이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는 생활을 이어가며, 본분에 맞게 나날의 삶에 충실하려 합니다. 되도록 쓰임새와 생활 쓰레기를 줄이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태정의실현에 힘쓰면서, 사회 공동체 문제에 관심하여 그 해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주어진 노릇과 책임을 다하려 최선을 다하리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비록 산위의 토굴에 혼자 살더라도, 시공을 초월하는 사이버 세계와 누리집을 통해 자유롭게 지구촌 동지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며 공동과업에 동참하리라 다짐합니다. 특히 일체생명공동체의 영적 성숙을 위한 일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벗들이여, 황소처럼 의젓하게 일하며, 더러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라도 의연히 수행의 길을 가면서, 마음에 하얀 소를 기르는 보람 누려보시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