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강하고 담대한 정신

2021-01-06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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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아리스토파네스가 나눈 이야기다. 어느 날 아리스토파네스가 소크라테스에게 “내게는 선생님께 드릴 선물이 없습니다.” 하자, 소크라테스가 “아니다. 이미 네가 내게 온 것이 최고의 선물이다. 너만 있으면 충분하다. 앞으로 너를 훌륭하게 키워 네게 다시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그 제자는 훗날 그리스의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처음에는 보잘 것 없어도 지속적으로 갈고 닦다 보면 훗날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히틀러가 나치당에 처음 입당했을 때 번호는 맨 마지막인 7번이었다. 그리고 그가 계속 노력하다 보니 몇 년 후엔 수백만 명을 이끄는 독일의 최고 지도자까지 되었다. 이는 ‘티끌 모아 태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혹은 ‘밤새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항아리를 채운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과도 맥이 통한다.


2021년 신축년 새해가 왔지만 우리들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모든 기능이 마비돼 사람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대로 가게는 열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렌트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랜드로드가 내쫓지 못하는 법안 연장으로 간신히 지탱은 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밀린 렌트비를 다 변제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가게를 더 해야 할지, 끝내야 할지 모두 무대책인 상태에서 견디지 못한 업주들은 가게를 털고 나가고 남아있는 업주들은 렌트비와 종업원 주급 감당이 어려워 종업원을 내보내고 한두 명 파타임만 쓸 뿐, 자신이 몸으로 떼우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입이 있던 없던 업소를 지켜야 하는 주인들만 골병들고 있다. 직원은 직원대로 파타임으로 전락하고 건물주는 건물주대로 모기지 감당이 어려워 모두 애를 먹고 있다.
이럴 때 국가가 국민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국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준다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침 국가가 지금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지원금 600달러씩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실업자를 위한 수당도 앞으로 11주간 주 300달러씩 더 연장 지급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부만 믿고 있을 일인가. 어렵고 힘든 이 고비를 뚫고나갈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로마 삼두정치의 일인자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어느 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다 길을 잃었다. 눈, 비가 오는 중에 도무지 길을 찾기 어려워 노병을 불러 들였다. 카이사르가 그에게 “우리가 어떻게 하면 길을 찾아 돌아갈 수 있는가?” 물으니, 노병은 “제일 늙은 말을 앞세우고 가시오.” 해서 카이사르는 그 말을 앞세워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 사람의 머리보다 두 사람의 머리가 낫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지속적인 노력과 위기를 무사히 넘긴 카이사르의 번뜩이는 지혜와 슬기다.
어려운 시기지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듯, 우리가 이 난관을 쉬지 않고 노력하며 극복한다면 훗날은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지지 않겠는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가 다소 회복 조짐을 보이기는 하겠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황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희망의 새해가 오긴 왔지만 경제가 호전되는 움직임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물에 빠져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더 열심히 살아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담대한 정신’이 절실한 시기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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