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초파일) 봉축행사에서 으뜸 볼거리로 자리잡은 연등회가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약칭) 인류문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 기준으로 이달 15일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제15차 회의를 통해서다. 이 회의는 최근 급격히 재확산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19) 때문에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위원회는 등재 결정문에서 “시대를 지나며 바뀌어 온 포용성으로 국적, 인종, 종교, 장애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사회적 경계를 일시적으로 허물고 기쁨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연등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정부가 2018년 3월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지 2년 9개월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 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 해녀 문화, 씨름에 이어 연등회까지 21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보유한 나라가 됐다.
무형유산과 별도로 한국은 석굴암 불국사(1995년),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합천 해인사 해남 대흥사 등 산지승원(2018년), 서원(2019년) 등 다양한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이다. 유네스코는 보존가치가 인정되는 세계유산을 문화유산, 자연유산, 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 세부화해 지정(등재)한다.
연등(燃燈, 등불을 밝힘)은 중생의 무명에 부처의 지혜를 밝힌다, 어둠의 세상을 밝게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 ‘자등명 법등명’처럼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다르마를 등불로 삼아 흔들림 없이 정진한다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개별적 연등이 연등회로 진화한 계기나 시기를 특정하긴 어려우나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문왕 6년(866)과 진성여왕 4년(890)에 “황룡사에 가서 연등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연등회가 부처님오신날에만 열렸던 건 아니다. 불교를 국시로 했던 고려시대에는 주로 대보름에 했다. 숭유억불정책을 쓴 조선시대에는 ‘민간축제 같은 석탄봉축 행사’로 위장해(?) 명맥을 유지했다.
법회, 행렬, 회향으로 이어지는 연등회가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상징적 이벤트로 자리잡은 것은 1970년대 중반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부터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2012년는 국가지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문화재청과 외교부, 연등회 보존위원회가 준비 과정에서부터 협력해 이뤄낸 성과로, 올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국 당선에 이어 무형유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과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SNS를 통해 “자랑스럽고 기쁜 소식”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우수한 전통문화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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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