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격근무, 단기적으로 기업 혁신에 방해

2020-12-21 (월) 12:00:00 김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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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이후 실리콘밸리 달라질 듯

기업, 엔지니어, 전문가들은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의 실리콘밸리는 예전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원격근무 추세가 상당 부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간단히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전문가이며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스티브 블랜크는 줌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업의 의사 전달과 아이디어 창출이 얼굴을 맞대고 했던 예전의 방식만큼 창조적이고 빠를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기업들로 하여금 원격근무를 강요했고 이제 기업의 대부분 직원들은 컴퓨터 화면이나 이메일, 혹은 셀폰 대화방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회의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실히 모르지만 트위터는 상당수 직원들이 영원히 원격ㅌ근무를 할 것이라고 했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CEO는 향후 5-10년 간 직원의 반 이상이 계속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격근무는 오피스 임대비와 출퇴근 비용을 줄이고 어느 곳에 사는 직원이든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베타워크스 벤처스(Betaworks Ventures)’의 파트너이자 베이지역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피터 로하스는 “코로나19로 기업은 근무 방법의 전환이라는 역사적인 기회를 맞이했으며, 어디에서 거주하고 어디에서 일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하이텍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원격근무가 기업의 혁신(innovation)을 창조하는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베이지역의 하이텍 기업에서 20년 이상 일해온 소프트 엔지니어인 조이스 박은 “하이텍 기업의 생명은 빠른 피드백인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근무를 한 후 우리는 이런 빠른 피드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하이텍 기업 직원들은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고 거기서 다시 영감을 얻곤 했다는 것이다. 만일 그 아이디어가 별볼 일 없는 것이면 피드백을 통해 확인하고 즉시 잊어버리면 된다. 만일 그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그것에 관해 계속 회의를 하고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줌을 통해 이루어지는 회의는 이런 과정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발표되더라도 그 첫번째 회의를 준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때로는 빠른 피드백을 할 시간을 상실하거나 낭비하게 된다. 또한 젊은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자주 멘토를 만날 기회를 잃게 되어 뛰어난 인재로 자라나는 기회를 상실하거나 그 시간이 늦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하드웨어 부문은 줌을 통해 효과적인 회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팀 드레이퍼는 미래의 대면 회의의 가치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은 원격근무가 여러 가지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조만간 그런 단점들을 해결해 주는 방법들이 개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저렴한 3D 프린터를 통해 대면 회의를 하지 않고도 스스로 개발한 모델을 시험할 수 있다.

원격근무는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단점들이 제기되지만 그런 만큼 장점도 많으며 단점들은 시간이 갈수록 해결될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기업의 혁신은 조금 늦춰질 수 있지만 기업들은 결국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김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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