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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Made in USA

2020-12-17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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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 반 친구들이 한 학생을 둘러싸고 거역할 수 없는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당시 한국에서는 구경하기가 힘든 Made in USA 마크가 선명히 찍힌 미제 볼펜을 가지고 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Made in USA라는 마크는 최첨단의 상징이었고, 뛰어난 품질을 보증하는 마법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볼펜은 사실은 몇십 센트도 하지 않는 싸구려였지만 Made in USA라는 글씨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껌종이 따먹기를 할 때 미제 껌종이 한 장은 국산 껌종이 열 장과 맞바꾸었을 정도로 껌종이조차 Made in USA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Made in USA는 마치 종교와 같은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미제는 믿을 수 있다는 묵시적인 신념이 온 사회에 가득했었기 때문입니다. Made in USA의 가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었습니다. 한때는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공산품은 Made in USA가 세계를 제패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만든 최고의 수출품은 ‘민주주의’였습니다.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민주주의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기준이었고, 통치권력자들의 엄숙한 지침서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러스트 벨트의 몰락과 함께 Made in USA의 제품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어도 ‘민주주의’만은 거의 모든 나라들이 본받아야 할 교과서였습니다. 특히 냉전 시대, 공산주의와 이념 대결이 엄혹하던 시절,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의 힘은 민주주의에서 나왔습니다. 민주주의는 미국의 얼굴이었고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미국의 힘이었습니다.


그랬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낡고 찢어져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초라하게 흩날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선거에 있습니다. 선거의 결과는 어떤 권력자든, 어떤 정파의 신봉자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그런데 그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더 지나고 각 주의 선거인단이 확정된 오늘까지 그 결과는 부정당하고 거짓 선동들이 좀비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아프리카의 정치 후진국이나 독재정권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아시아 일부 후진국에서나 보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모독을 민주주의의 산실이고 모범이라고 믿었던 미국 땅에서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초현실적인 상황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만이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그대로 수입했던 한국의 상황은 더욱 어렵습니다. 합법을 가장한 편법과 탈법과 불법이 판을 치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담 쉐보르스키가 쓴 『민주주의의 위기들』이란 책에는 바로 한국의 현재 상황을 예언이라도 하듯이 ‘법적 장치를 반민주적인 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민주주의는 위기를 겪고 후퇴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히틀러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후 군중을 선동하여 총통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민주주의가 처음 태동된 아테네에서도 처음부터 중우정치에 대한 염려가 컸습니다.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는 중우정치의 폐해에서 옵니다. 지금 미국에서 선거 부정을 연일 부르짖으며 엄청난 돈을 들여서 법적투쟁을 이끄는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정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함께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선거로 합법적으로 등장한 독재자가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를 신랄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Made in USA! 그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망으로 새해를 기다려 봅시다.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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