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더럴웨이 출신 오노, “시애틀 소매업소 힘들다”

2020-12-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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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드 인에 미용사 아버지 시애틀 다운타운 업소 영상 올려

페더럴웨이 태생으로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금은동 메달 8개를 따낸 쇼트트랙의 전설 아폴로 오노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고전하는 미용사 아버지를 기리는 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은퇴 후 LA에 거주하는 오노(38)가 링크드인에 올린 20초짜리 영상은 사실은 40여년째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미용실을 운영해오고 있는 아버지 유키 오노가 최근 업소 주변을 찍어 아들에게 보낸 것이다.

이 비디오와 함께 올린 소감문에서 오노는 자신이 어렸을 때 뛰놀았던 미용실 주위의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다른 업소들이 거의 모두 유리창을 합판으로 폐쇄한 가운데 아버지 이발소의 창문엔 여전히 ‘유키의 디퓨전 살론’이라는 네온사인이 켜져 있어 슬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오노는 청년시절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올랐던 아버지가 땡전 한 푼 없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후 온갖 역경을 헤치며 오직 성실과 근면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다며 아버지 미용실엔 지금도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단골이었던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아버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오노는 덧붙였다.

아버지 오노는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운타운의 소규모 업소들이 절도, 파괴, 낙서 등 날로 기승을 부리는 범죄피해를 입고 폐업하는 것이 일상이 됐지만 자신은 모진 역경을 이겨왔다는 자부심 하나로 요즘도 매일 새벽에, 어떤 때는 한 밤중에도, 가게에 나와 경비를 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네온사인도 세 차례 파손됐고, 밤중에 가게에 침입해 물건을 쓰레기 백에 쓸어 담아 도망치는 절도범을 추격한 끝에 도난품들을 회수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폴로는 그런 아버지에게 업소가 보험에 들어 있는데 왜 위험한 일을 굳이 하시냐며 가게를 닫고 LA로 내려와 함께 사시자고 권유하지만 아버지는 “내 가게의 최종 책임자는 나고, 나는 그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말했다.

아폴로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후 연례 시애틀 토치라이트 퍼레이드의 그랜드 마샬로 추대돼 아버지와 함께 오픈카를 타고 아버지 가게 인근의 다운타운 거리를 행진했다. 아버지는 시애틀에 영웅이 탄생하면 늘 4가길에서 축제를 펼친다며 흐뭇해했다.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아폴로는 결승점 직전 한국의 김성동에게 추월당하자 양팔을 올렸고 주심은 이를 보고 김성동에게 반칙을 선언, 아폴로에게 금메달을 줘 큰 논란이 일었다.

아폴로는 2005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월드컵 1500m 결승에서도 앞서 달리던 한국의 이호석을 밀쳐 반칙선언을 받고 2위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1000m와 3000m 경주에선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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