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고성통신] 해 저무는 산 위에서

2020-12-03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크게 작게
어느덧 이제 섣달에 접어들었고, 한국달력은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절(12/7)과 겨울이 깊이 이른 동지절(12/21)이 다가옴을 알려줍니다. 미국도 중북부는 물론 서부의 캘리포니아도 시에라 산맥 등 고산지대에는 이미 눈이 제법 내린 상태이지만, 해안가 저지대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는 눈 대신 비가 오겠지요. 지난해에 이어 산불이 엄청나게 일어난 올해에도, 여름과 가을 건조기에 바람까지 크게 불어 수백 만 에이커가 소실되고 인명과 재산 피해도 적지 않았는데, 이제 우기에 들었으니 산불화재는 더 없겠지만, 오히려 홍수와 산사태 등 수재를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일단 12월이니,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에 분주할 때인 줄 압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금년에는 코비드-19 팬데믹이 이곳 베이지역을 포함한 미국 전역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 등 지구촌 전체에 널리 퍼져, 봄부터 아직까지 끊임없이 물결처럼 번지고 있으므로, 개인과 가정, 학교와 직장, 사회와 경제, 각종 문화생활까지 온갖 방역활동으로 유례가 없이 자제되고 있으니, 연말의 부산한 분위기는 차분히 가라앉은 듯합니다. 그러나 각자 상황에서 나름대로 세상 사람들과 함께 역사의식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취적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도록 지나온 길을 되새기며 앞길을 내다보리라 짐작합니다.

이 지역에서 금년중에 사회적으로 주목된 큰 사건을 두어 가지 들어보라면, 대부분 코비드 횡행과 대통령선거를 꼽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다 모든 국민들의 건강과 정책에 심각한 결과와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었으며 언론의 관련 보도가 지속되어왔으니까요. 마침내 머지않아 백신개발과 보급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달포가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니, 한편의 긴 현실적 드라마나 영화의 “해피엔딩”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떠하든 코비드는 이전의 사회생활과 대조되는 비대면 거리관계 위주의 “뉴 노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파행으로부터 “노멀“을 회복하리라 기대합니다. 대통령과 함께 선출된 해리스 부통령도, 미국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계 유색인 여성으로서 당선되어, 다양한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이 정말 미국다운 모습과 저력을 보여주게 되었으니 평등한 기회의 ”뉴 노멀“을 이루어 나가리라고 봅니다만, 이는 자유와 민권의 미국정신을 바로 세우는 ”노멀“의 회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해리스 부통령이 그 뒤를 이으리라고 예측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인들의 주류사회 참여와 기여도 기대됩니다. 모처럼 4명이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고, 한류의 바람도 부는 때이니, 앞으로는 더 많은 정치 사회적 역량을 키워서 주지사와 대통령 등도 배출할 준비가 필요한줄 압니다. 특히 한인 2세3세 등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나라의 큰 기둥이 될 수 있도록 잘 키워나가는데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줄 압니다.

산 위에서 홀로 적막 속에 살면서도 사회와 소통하고자 인터넷을 위해 위성접시를 달아, 대중적 페이스북으로 지구촌에 걸쳐 수 천 명과 탁마하며, 한겨레 공동체 정신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지역회의에도 동참하는 등 나름 부지런히 살아왔다고 돌아봐지는데, 이제 한해를 보내는 무렵 감회가 적지 않습니다. 금년의 여러 가지 고전과 인내의 여정을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지구에서 역병소멸과 환경개선, 한국과 미국의 민주 평화적 발전과 각종 관계증진 및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여유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즈음 황혼의 낙조와 여명의 일출을 감상하시며, 자연과 생명의 신비와 환희를 만끽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검게 불탄 산등성이에서 푸른 풀들이 싱그럽게 솟아남을 기리며...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