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마스크
2020-12-01 (화) 12:00:00
김정원 (구세군 사관)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잠깐이지만 집을 나와 동네를 지나 해프문 베이 바닷가를 둘러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집안과 앞마당에서만 놀던 아이들이 창밖으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행복해 합니다. 특히 4살 먹은 깐깐한 둘째는 성격대로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끼려고 합니다. 그리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누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니는지 저한테 보고를 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것이, 어느 날은 제가 아이들에게 시원한 바닷 바람을 쐬어 주려고 창문을 연 적이 있는데 이 녀석이 알람 경고음처럼 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노래처럼 읊어 주는 것입니다. 그 노래의 뜻은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빨리 문을 닫으라는 것입니다. 참 감사하지요, 저에게 긴장을 풀지 말라고 때때로 옆에서 일깨워 주니 말입니다.
요새 들어 미국에서 점점 심각해지는 코로나 뉴스를 듣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하며 자주 연락을 해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하는 말이 왜 미국사람들은 마스크도 잘 안쓰고 조심하지 않냐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맞습니다. 차를 몰고 동네를 둘러보거나 해변 주변에 놀러 나온 사람들을 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특히 젊은 20대 부류의 그룹들은 마스크도 안쓰고 서핑을 즐기러 주말이면 해변으로 몰려듭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답답함을 못참고 동네 공원의 노란색 차단 테이프를 끊고 피크닉을 즐깁니다. 문제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여지껏 조심하며 살아 왔던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걸린 지도 모르고 마구 돌아다니는 이런 사람들을 자칫하다 만난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캔자스에 있는 제 친구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에 가족 중 한 사람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잃은 아픔이 있다면 저렇게 마스크도 쓰지 않고 방심하며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창 선거유세로 미국이 뜨거울 때 눈길이 가는 기사가 있었는데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중년의 남성 간호사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자신은 트럼프 지지자였지만 최근까지 자신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최소한의 연민도 갖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이번에는 표를 줄 수 없다 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마스크를 쓰고 국정을 운영했더라면, 또 국민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강하게 권고했더라면 이번 재선에서 실패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