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가지 뿌듯하고 3가지 아쉬워”…귀임하는 이형종 시애틀총영사

2020-11-25 (수) 황양준 기자
크게 작게

▶ 3년 임기 마치고 27일 귀국

▶ “단체가 힘인 만큼 자발적 투명성 키워나갔으면”

“5가지 뿌듯하고 3가지 아쉬워”…귀임하는 이형종 시애틀총영사
지난 2017년 12월 제15대 시애틀총영사로 부임했던 이형종 총영사가 3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이번 주말 한국 외교부 본부로 귀임한다.

외교부내에서 경제와 환경 전문가로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총영사는 본부로 귀임한 뒤 보직 명령을 받아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 총영사의 후임으로 내정돼 있는 권원직 신임 시애틀총영사는 12월 초쯤 시애틀로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탈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처리에서는 원칙과 꼼꼼함을 강조해온 이 총영사는 귀임을 앞두고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인들에게 감사 및 작별 인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동포들의 성원으로 임기를 잘 수행할 수 있었다”는 이 총영사는 정확하게는 2년 11개월에 걸친 재임기간 동안 크게 보면 ‘5가지의 정도의 보람’이 있었고, ‘3가지 정도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영사가 꼽은 첫번째 보람은 “좋은 동포분들이 참 많았고 그분들을 만나 나름대로 업무를 잘 했다고 자평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뿌듯하고 감사한 것은 1977년 시애틀총영사관이 개관을 한 뒤 40년 넘게 셋방살이를 하다 지난해인 2019년 자체 청사를 지어 입주하게 된 점이다.

이 총영사는 “내 임기 동안 청사를 완공해 입주하게 되면서 뿌듯했고 자긍심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세번째 보람이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한인 동포나 커뮤니티의 위상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총영사는 “워싱턴주지사는 물론 미국 선출직 공무원을 만나면 그들이 한인 커뮤니티를 의식하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선거에서 한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영사는 이 같은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과 역량을 바탕으로 주지사 등 미국 선출직으로부터 그만큼의 대접을 받고 있으며 특히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린우드ㆍ페더럴웨이ㆍ타코마 등은 시장과도 바로 접촉이 가능하고 업무처리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조국인 대한민국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 6ㆍ25한국전 참전용사나 평화봉사단(Peace Corps) 등을 나름대로 챙기며 감사의 뜻을 전했던 것도 큰 보람이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사태로 인해 제대로 행사를 못했지만 참전용사와 평화봉사단에다 한국에 근무했던 경력을 가진 미 주류사회 인사들로 ‘한국의 친구들’(Friends of Korea)를 만들어 교류를 해왔다.

특히 올해는 이들에게 한국 정부에서 마련한 코로나 방역 물품 등을 전달해주기도 했다.
이 총영사가 마지막으로 꼽은 ‘보람’은 워싱턴대학(UW) 한국학센터와 커뮤니티와의 연결 등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점이다.

최근 UW 한국학센터를 돕기 위한 후원모임이 한인사회에서 만들어졌고, 이 총영사가 가운데서 큰 다리역할을 해왔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 오는 방문학자들이 뚝 끊기면서 UW한국학센터가 행정요원 운영 등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에 일단 해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람도 있었지만 임기중 좌절하거나 안타까웠던 점도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한인단체들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수증 제출 등을 요구했으나 단체들의 반발은 물론 한국 국회 국감에서의 지적 등으로 이를 정착시키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 총영사는 “한인단체의 회계 투명성은 내부 분규 예방측면은 물론이고 동포사회에서 직접 활동하지 않는 분들의 신뢰회복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며, 이 같은 회계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인단체가 힘이고 커뮤니티의 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인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회계 투명성 확보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 등을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한인 동포 가운데서도 소외계층이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예산 등으로 이들을 직접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점도 늘 아쉽고 안타까웠다.

이 총영사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동포들이 자체적으로 모금 운동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감사했다”며 “커뮤니티에서 소외계층을 챙기는 자체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갖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임기 3년 차인 올해에 별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고 이 총영사는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매릴린 스트릭랜드가 연방 하원에 당선되고 신디류 의원이 재선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한인 커뮤니티가 커졌고, 외부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우리 동포들이 직접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인 차세대들이 선출직은 물론 주류사회에서 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영사는 “자연환경이나 생활여건, 도시의 안락함 등에서 시애틀 등 서북미 같은 곳이 있겠느냐”며 “재임기간 행복했고, 다시 한번 동포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황양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