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한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구현 방식인 까닭이다.
하지만 그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대가가 요구된다. 직접 국민 투표 제도의 회복을 위해 독재 정부에 항거했던 국민들의 희생이 필요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후보자들의 선거 경제력, 즉 선거를 치러 낼 수 있는 돈이 필요한 시대다.
특히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소위 대선이라 불리는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 중의 꽃답게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최고다.
올해 미국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미국 정치자금 분석업체인 책임센터(CRP)가 내놓은 예상치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선거에 투입된 비용은 대략 140억달러다.
이중 선거 비용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것은 역시 대선이다. 이번 대선에 모두 66억달러가 투입될 것이라는 게 CRP의 추산이다.
이는 지난 2016년 대선 비용인 24억달러에 비해 거의 3배에 달하는 선거 비용인데다, 그보다 앞선 2012년 대선의 26억달러, 2008년 28억달러의 대선 선거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거 비용은 박빙 승부처 지역에서 재검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66.8%라는 투표율로 1900년 이래 120년 만에 역대 최고라는 올해 대선은 비용 측면에서도 가장 비싼 선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의 선거 비용이 급증하게 된 것은 지난 2010년과 2014년 연방대법원이 기업과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 제한을 없앤 것이 계기가 되었다.
소위 정치 후원금을 상대 후보보다 더 많이 확보한 후보가 언론 매체를 포함한 각종 여론전에서 막대한 자금으로 우세를 지켜 더 많은 표를 확보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제 돈이 없으면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도 못한다는 자조적인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선거에 대한 열망과 참여만을 먹고 사는 ‘관념의 꽃’이 아니라 돈을 먹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는 ‘자본의 꽃’이 되어 버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금권 선거로부터 민주주의의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권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