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 우사(USA)의 몰락
2020-10-15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어쩌다 미국이 이 지경까지 되었나?’ 요즘, 외신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제목들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놀람과 비웃음이 함께 포함된 질문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썩 유쾌한 기사일 리가 없습니다. 왜 그들은 ‘우사(USA)’가 몰락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일까요?
20여 년 전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을 때, 백악관 대통령 과학자문을 지냈던 교수 출신의 엔지니어랑 3개월을 함께 지내며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분에게 제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미국은 역사가 아주 짧은 나라인데도 이렇게 세계 강대국이 되고 축복받은 나라가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처음 미국을 방문했던 동방에서 온 한 여행자의 눈에 가장 먼저 와닿았던 것은 ‘미국은 정말 축복을 받은 나라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이방인의 초라한 질문에 그는 아주 진지하게, 세월이 지나도 결코 잊히지가 않는 인상적인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린 것에 대한 하나님의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상했던 대답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의 대답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6.25라는 국가적 대재앙의 역사 위에 그들이 흘린 핏자국이 너무나 선명하였기에 그의 대답이 가지는 권위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미국의 국익을 위해 독재정권들을 비호했던 실패한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세계를 향한 미국의 희생과 헌신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을 그동안 쉽게 보아 왔습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인종차별문제나, 공격적인 문화우월주의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미국에 대한 세계의 존경심은 견고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사(USA)’는 세계의 선구적인 나라에서 마치 동네 철부지 놈팽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은 보란 듯이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한순간의 놀이감으로 전락시켜버리는 등 세계 질서를 외면하고 오로지 아메리카 퍼스트만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더 이상 누구도 ‘우사(USA)’를 존경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우사(USA)’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한때는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았던 선진 동맹국들로부터 더욱 심한 비웃음의 대상이 된 것은 뼈저린 손실로 보입니다.
급증하는 백인우월주의와 ‘아메리칸 퍼스트’ 구호 속에 정의와 자유가 무너져가는 현실의 허무주의가 가져올 비싼 대가가 너무 걱정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계속되는 인종차별적인 비극적 죽음들과 21만 명이 넘는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었지만 그에 대한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는 현실이 너무나 두렵기만 합니다. 그와 아울러 마스크 하나만 제대로 착용하면 많은 목숨들을 건질 수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정치 도박꾼들은 간접 살인자들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게 합니다. 인구비율에 따른 세계 최대 코로나 감염국이라는 오명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급기야 국정 최고 책임자가 코로나에 직접 감염되는 위기를 맞았지만 그마저도 코미디로 마감되는 현실이 너무나 초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역사 속에 영원히 지속되었던 제국은 없었으니 ‘우사(USA)’의 몰락 또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운명일까요? 궁금합니다. 3주 쯤 뒤, ‘우사(USA)’의 미래를 결정하는 장이 파하고 나면 추락한 날개가 다시 돋아날 시간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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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