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여성암 가운데 가장 독한 암으로 분류됐던 난소암이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등이 개발되면서 5년 생존율이 60%대를 넘어섰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난소암은 여성을 위협하는 가장 ‘독한’ 암이다. 자궁경부암처럼 조기 검진법이 없는 데다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늦게 발견돼 치료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여성암 가운데 사망률 1위로 최근 20년간 26.7%만 조기 발견됐다.
‘난소암 등 부인암 치료 전문가’인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배 교수는“난소암은 초음파와 종양표지자(CA-125)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며 “최근 표적치료제ㆍ면역치료제 등 새로운 항암 치료제가 속속 나와 생존율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난소암 원인을 꼽자면.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험 인자가 몇 가지 밝혀졌다. 우선 난소암 및 유방암 가족력과 BRCA 유전자(BReast CAncer gene)가 있다.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한 뒤 BRCA 유전자 변이가 유명해졌다. 난소암 환자의 25% 정도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따라서 BRCA1 유전자가 있다면 평생 동안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39%, BRCA2 유전자가 있다면 11% 정도나 된다.
또한 배란 횟수가 많을수록 난소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어 배란 횟수가 많으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신ㆍ출산 경험이 많거나, 모유 수유를 오래하면 위험성이 낮아진다. 경구 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 위험이 50%가량 줄어든다.
따라서 BRCA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거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30~35세에 조기 검진(초음파 및 CA-125 검사)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BRCA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을 때 BRCA1의 경우 35~40세, BRCA 2는 40~45세에 난소를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것이 권고된다. 일부 난소암은 나팔관에서 생기기에 난관만 잘라내고 난소는 폐경 나이가 돼서 절제하기도 한다. 또한 자궁근종 등을 없앨 때 예방적으로 나팔관을 절제한다.
-초기 증상이 없는데 어떻게 발견하나.
난소암 초기에 난소 크기가 커지지만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난소가 골반 깊숙이 자리잡아 정상 크기일 때는 물론, 크기가 커지더라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암 진단 시 병기가 3~4기일 때가 많다. 증상이 생겨도 하복부나 복부 불편감, 소화기 장애처럼 특이하지 않을 때가 많다. 병원을 찾게 되는 증상의 대부분은 하복부에 종괴(혹)가 만져질 때다.
난소암의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초음파와 난소암 종양 표지자(CA-125)를 확인하는 혈액검사가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 검사에서 난소암이 의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진단은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로 난소 종괴를 적출한 뒤 조직 검사로 이루어진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모든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1차적으로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동시에 조직 검사로 난소암 확진과 세포 조직형, 진행 상태를 파악한다. 수술은 자궁과 양쪽 난소를 모두 제거하고 골반 및 대동맥 주위 림프절과 대장, 소장, 비장, 간, 횡격막 등에 생긴 전이성 종양도 잘라낸다. 수술 후 남아 있는 종양이 작을수록 항암제 효과가 좋아진다. 난소암은 복강 내 종양이 씨앗처럼 뿌려진 상태라도 되도록 작은 종양까지 없앤다. 대부분 수술 후 항암 치료를 시행하지만 난소암이 많이 진행돼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기 [JB2] 어려우면 먼저 항암 치료를 한다. 이런 선행화학요법으로 종양을 줄인 뒤 수술하면[JB2] 수술 범위와 함께 합병증을 줄이게 되지만 생존율은 먼저 수술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난소암 치료에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많이 쓰인다.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베바시주맙(아바스틴)’은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또 다른 표적항암제로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PARP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e) 억제제’도 효과가 인정돼 치료에 쓰이고 있다. 면역치료제 펨브로리주맙(키트루다)도 일부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난소암 생존율은 어떤가.
난소암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될 때가 많아 다른 부인 암보다 생존율이 떨어진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1% 정도였다(자궁경부암 81%, 자궁내막암 89%). 1997~2001년 58.3%였던 것에 비해 2012~2016년에는 64.0% 정도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속속 개발된 것도 생존율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 난소암 예후는 나이ㆍ조직형ㆍ병기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가장 흔한 조직형인 장액성 난소암은 나이가 많을수록, 병기가 높을수록 예후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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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