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과 주교 임명합의 비난 교황, 폼페이오 접견 거부

2020-10-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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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주 바티칸을 방문할 예정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교황청 주재 미 대사관 측에 교황이 폼페이오 장관의 바티칸 방문 기간 중 개인적으로 그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실제는 교황청과 중국 간 주교 임명 합의 연장 문제를 둘러싼 폼페이오 장관의 비난성 발언과 관련해 교황이 사실상 접견을 거부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그리스를 시작으로 지중해 국가를 순방한다. 여기에는 이탈리아·바티칸 등도 포함돼 있다.

2018년 9월 체결된 교황청-중국 간 합의는 중국 정부가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측이 임의로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에 따라 시효를 한 달가량 앞둔 이 합의를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막바지 세부 조항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보수적 성향을 가진 미국의 종교 전문지 ‘퍼스트 싱스’(FT) 기고문 등을 통해 “2018년 합의 이래 중국 내 기독교인들의 상황은 크게 악화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황청이 합의를 연장한다면 도덕적 권위가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과의 합의를 갱신하지 말라고 교황을 압박한 발언으로 해석됐고, 교황청 내에선 미국 국무장관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교황을 공격한 전례가 없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특히 바티칸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양자 간 논의할 사안을 공론화해 교황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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