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 2014년 협상 테이블서 김광현 홀대 악연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내가 낯설겠지만, 나는 샌디에이고 타자가 낯설지 않다."
자신감 가득한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광현은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NLWS) 1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3⅔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6-3으로 앞선 4회말 2사 1루,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을 불펜 라이언 헬슬리로 교체했다.
더그아웃에 들어온 김광현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많은 생각이 드는 듯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광현은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1점씩 내줬지만, 4회에는 6개의 공으로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내 안정을 되찾아갔다.
하지만 트렌트 그리셤과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4회를 잘 넘기고 5회까지 리드를 지켰다면 김광현은 데뷔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특히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김광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광현은 2014년 12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면서 샌디에이고에 입단할 뻔했다.
그러나 단독 협상권을 가진 샌디에이고가 김광현에게 연평균 보장액 100만달러 수준이라는 기대 이하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던 김광현에게 씁쓸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5년 후인 지난해 12월,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와 2년 최대 1천100만달러(보장 8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정규시즌에서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한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투수로 낙점되는, 신인으로서 파격 대우를 받았다.
김광현이 한국 KBO리그에서 13년을 뛰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등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했다는 것도 기대요소였다.
그는 SK 와이번스 신인이던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깜짝 선발로 등판해 7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샌디에이고와 마주하게 된 김광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샌디에이고는 내게 관심을 보여준 팀이었다. 결국 계약 불발이 됐지만, 인연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지켜보면서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관찰해왔고, 샌디에이고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린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이 분석한 것보다 더 강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정규시즌 70승 92패(승률 0.432)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에 그쳤지만, 올해 37승 23패(승률 0.617)로 지구 2위로 올라서며 1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다.
김광현이 봐왔던 예전의 약팀이 아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