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봬
▶ 밀워키전서 7이닝 6K 3안타 무실점 역투, 방어율 0.63… 팀은 1-2 역전패로 승리 날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 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로이터]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김광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이닝과 탈삼진 모두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지난달 23일 신시내티전 이후 24경기 연속 비자책점 행진을 이어간 김광현은 평균자책점을 종전 0.83에서 0.63으로 더욱 끌어내렸다. 마무리로 등판한 첫 경기를 제외하면 선발 투수로 평균자책점은 0.33에 달한다. 올시즌 최소 25이닝 이상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 1위 기록이다.
이쯤되자 현지 언론들은 ‘전설’들의 이름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32세 메이저리그 신인 김광현이 오늘 7이닝 무실점 투구로 첫 5경기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33을 기록했다”며 “이는 평균자책점을 공식 집계한 1913년 이후 역대 2위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이 부문 1위 기록은 1981년 LA 다저스에서 뛰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0.20이다. 발렌수엘라는 그 해 13승 7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신인왕을 석권했다.
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김광현은 1968년 밥 깁슨 이후 52년 만에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비자책을 기록한 세인트루이스 투수가 됐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올해의 신인왕?(Rookie of the Year?)”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현지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해당 포스팅에 “KK는 용감했다”, “김광현에게 경기를 온전히 맡겼다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는 올해의 신인이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김광현은 지난 5일 시카고 원정 숙소에서 복통을 일으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신장 경색 진단을 받고는 부상자명단에 올라 회복한 뒤 이날 13일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다.
몸 상태 우려를 무색케 하는 완벽한 투구였다. 김광현은 최고 시속 148㎞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밀워키 타선을 봉쇄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를 상대로 삼진을 2개나 잡아냈다. 3회 첫 삼진은 압권이었다. 2사 2루에서 볼카운트 2-0으로 몰리고도 직구로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87.2마일(약 140.3㎞)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경쟁한 조시 린드블럼(밀워키)과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린드블럼도 5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기록하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김광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부상이 생기지 않는 한,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내 건강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하면서 몸 상태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 “돈 워리”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김광현은 눈부신 호투에도 팀이 1-2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김광현은 “팀이 패해 아쉽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가 됐다”고 말했다.
<
성환희 기자>